(재테크)대미 투자 압박만큼 인프라 공사도 증가…다시 보자 굴착기

관세 부담에도 빠른 재고 감소…내년 턴어라운드 전망
캐터필러·코마츠 신고가 행진…HD건설기계 합병 시 시너지 기대
진성티이씨, 태국공장 가동 가파른 성장 기대

입력 : 2025-09-2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국의 관세 압박은 한국 경제에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지만 그 이면엔 수혜가 기대되는 분야도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교역국들에 대미 투자를 압박하고 리쇼어링을 강조할수록 미국 내 공사 현장이 증가해 그에 따른 수혜를 누리는 곳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건설기계 업종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글로벌 점유율 선두권의 미국, 일본 기업은 물론 미국향 수출이 많은 국내 기업들 실적에도 그 효과가 반영되고 있습니다. 
 
굴삭기 업체 줄줄이 신고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캐터필러(종목기호 CAT)는 470.23달러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22일 472.10달러로 사상 최고가(종가 기준)를 기록한 뒤 이틀째 횡보한 결과입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건설장비 점유율 1위 기업인 캐터필러의 주가는 2021~2022년 조정을 마치고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1월부터 큰 폭으로 하락, 3개월간 약세를 보였으나 4월 중순 반등에 성공했고 7월부터는 다시 신고가 행진 중입니다. 
 
캐터필러의 강세 배경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협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캐터필러는 미국 기업이지만 정부의 관세 인상이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핵심 부품을 중국, 한국 등 전 세계로부터 공급받는 제조기업의 특성상, 공급망의 비용 상승은 곧 캐터필러의 부담 증가로 이어집니다. 관세 부과로 인해 철강 등 기초 소재 가격이 상승한 것도 건설장비 가격을 밀어 올리는 원인입니다. 이에 캐터필러는 관세 등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최고 15억달러로 예상했다가 최근 15억~18억달러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캐터필러 주가가 강세인 것은 실적이 버텨주는 가운데 교역국 압박의 결과로 미국 내 인프라 투자가 증가해 결국 그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유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되면서 빠르게 재고가 감소, 당초 예상한 것보다 빠르게 호황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기업들을 향해 전 세계로 진출한 투자를 미국으로 되돌릴 것(리쇼어링)을 주문하면서 이들의 미국 내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도 캐터필러 등 건설 중장비 기업들에겐 희소식입니다. 더불어 빅테크 기업들은 대규모 인공지능(AI)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어 다양한 형태의 공사 현장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비록 비용(C) 증가는 부담이지만 절대 일감(Q)이 증가하면 결국 실적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가능합니다. 이에 증권사들도 올 하반기와 내년에 업황이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합병법인 HD건설기계 예고…밸류 리레이팅
 
미국 내 인프라 투자 확대는 비단 캐터필러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글로벌 건설장비(포크레인)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코마츠(6301)도 주가 강세 행진 중입니다. 24일엔 5300엔을 돌파, 지난 7월에 기록한 신고가(5469엔)에 다시 바싹 다가선 상태입니다. 
 
코마츠는 지난해 결산(2025년 3월)에서 매출액 4조1043억엔, 영업이익 6567억엔을 기록,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는데요. 올해는 비용 증가에 따른 실적 감소를 피할 수 없겠지만 내년엔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내 1위 기업인 HD현대건설기계의 경우 세계 20위권으로 점유율은 높지 않지만 주가 흐름은 글로벌 기업들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하반기와 내년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낮은 밸류에이션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HD현대건설기계는 HD현대인프라코어와 합병 절차에 돌입, 합병 후의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지난 7월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정한 뒤 이달 16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돼 내년 1월1일자로 합병합니다. HD현대인프라코어가 소멸되고 합병법인명을 HD건설기계로 변경하는데요. 합병 신주는 내년 1월26일에 상장합니다. 
 
두 회사가 HD건설기계로 통합될 경우 덩치를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너지와 규모의 경제를 가속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또 방산 관련 엔진 사업을 하는 HD현대인프라코어가 현재 높은 멀티플을 받고 있어 합병법인이 그 효과로 리레이팅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습니다. 
 
이 밖에 두산밥캣도 건설기계에선 주목할 만한 기업입니다. 다만 두산밥캣은 소형 건설장비에 특화돼 다른 업체들과는 영역이 조금 다릅니다. 
 
HD현대건설기계가 생산하는 굴착기 HX400. (사진=HD현대건설기계)
 
“업황 상승 사이클 초입”
 
건설 중장비 기업들이 회복세에 올라탄다면 주요 납품업체들도 이들만큼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성티이씨는 캐터필러, 존디어, HD현대인프라코어 등 주요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데요. 특히 북미 매출 비중이 높아 미국 상황 변화에 민감합니다. 올해 북미 매출 비중은 지난해 43.0%에서 지난 1분기 66.4%로 급증했습니다. 여기엔 대미 관세 우려로 장비 가격 상승에 대비한 주문이 몰린 영향이 있겠지만 그 수요가 3분기까지는 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재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고객사들의 재고 소진으로 올해 초부터 수주가 늘었으며 중장비 부품 업황 사이클 상승 초입에 진입했다”며 “기존 뷰였던 2025년 하반기 업황 반등, 2026년 활황 사이클 초입 진입 예상을 유지한다”고 전망했습니다. 예상보다 업황 반등이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는 가격 인상에 대비한 전방 업체들의 수요 증가로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습니다. 
 
진성티이씨는 업황 턴어라운드에 대응해 태국에 증설한 신공장 가동을 시작, 가파른 성장세가 기대됩니다. 기존 국내 공장과 미국, 중국 캐파(CAPA)는 7000억원 규모로 태국 1~4공장에서 3000억원 규모가 더해지면 총 1조원 캐파가 됩니다. 이중 3공장에선 신규 제품인 러버트랙을 생산해 오는 11월 캐터필러향 샘플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기존 브릿지스톤 사업 철수로 진성티이씨가 공급사로 선정됐습니다. 진성티이씨 역시 캐파 증설로 실적 증가가 기대되며 밸류에이션 리레이팅도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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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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