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주주 친화적인 주주총회를 위해서는 의장 선임 청구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특히 코스닥 상장사와 같은 소규모 기업 주총 현장에서 발생하는 의장 공정성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윤태준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 소장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주 친화적 주주총회 제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통해서 주주들이 원하는 의장을 선출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윤 소장은 “상법 제366조의2(총회의 질서유지)에 근거한 '주주총회 의장'의 독점적 권한은 사실 경영권 분쟁을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장기간 문제로 제기돼왔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최근 가장 이슈가 됐던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고려아연의 경우 고려아연의 지분을 대규모 공개매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하려 한 영풍제지의 의결권을 주주총회에서 제한한 바가 있습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공정성을 의심한다며 고려아연 주총 임시 의장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윤 소장은 해당 사례를 언급하며 "주총 의장 가지고 있는 쪽이 사실 어떻게든 자기 마음대로 주총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주총 임시 의장을 퇴출하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는 것을 업계 최고 선수들도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의장의 공정한 선임을 위한 관련 법안도 국회에 발의된 상태입니다. 이강일 민주당 의원은 올해 7월 주주총회 검사인 선임 내용을 담은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이 개정안은 주총 의장이 자의적으로 회의를 운영하는 것을 방지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회의 진행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입니다. 현행 상법에서는 의장이 질서를 해치는 자에 대해 퇴장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경영진의 이해에 따라 특정 주주의 발언을 제한하거나 참여를 방해하는 등 공정성을 훼손하는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윤 소장은 "주주총회 의장이 주총 위법 행위를 동반할 수 있고, 결국 의장을 공정한 사람으로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법안이 발의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주주총회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윤 소장은 OECD 기업 거버넌스 팩트북을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49개국 중 주주총회 개표 절차가 법상에 규정돼 있지 않은 국가는 15개 국가에 불과하다"며 "이 15개 국가 중에서도 안건별 투표 내역 공시 의무도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덴마크 2개국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윤 소장은 이어 미국 델라웨어 일반회사법의 개표 검사인 제도를 소개했습니다. 이 법안에 따르면 회사는 모든 주주총회 이전에 1명 이상의 검사인을 임명해 총회에서 활동하고 서면 보고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검사인은 △총회 참석한 주식 수 결정 및 확인 △모든 투표 및 투표용지 집계 △검사인의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 처리 및 합리적 기간 동안 기록 보관 △총회 참석 주식 수와 모든 투표 및 투표용지 집계 결과 확인 등의 업무를 맡습니다. 윤 소장은 "법상으로 이런 임무를 받은 사람을 꼼꼼하게 자기 책임하에 이런 내용을 확인한 후 승인한다"며 "이런 내용이 미국 델라이어 일반법에는 규정이 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진 발제에서는 상법보다 정관이 우선되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권상혁 씨지트러스트 대표는 "불법 주총을 진행하더라도 이기고 보자는 식의 행위가 만연하다"며 "상법에 반하는 정관을 신설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이해관계자나 주주가 소송할 경우 회사는 시간을 벌 수 있고, 현재 여러 판결에서 상법보다 정관이 우선이라는 판결이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위임장을 가지고 도망을 가거나 위조 위임장이 명백한 경우에도 법원에서는 합법한 주총이라는 판결이 나온다"며 "법원에 대한 기피 신청이나 판사에 대한 견제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이강일 의원은 "상법을 개정하면서 담은 내용들이 주주총회 때 제대로 실현이 되고 반영이 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 자체가 민주적으로 운영이 돼야 한다"며 "그런 관점에서 입법 발의를 해왔다. 다양한 방안들을 수렴해 입법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주주 친화적 주주총회 제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서 이강일 의원(오른쪽 두번째)과 토론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강일 의원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