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국내 보안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잇달아 발을 넓히고 있습니다. 내수 시장의 성장 한계와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보안 인프라 기반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신흥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되는데요. 정부 차원의 디지털 전환(DX)이 본격화되면서 보안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 속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는 모습입니다.
안랩(053800)은 중동 합작법인 '라킨'을 기반으로 글로벌 사업 확장을 이어가는 동시에, 최근 동남아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지능형 위협 대응 솔루션 '안랩MDS'를 앞세워 금융, 정유·화학 등 신규 산업 분야에서 고객사를 확보 중인데요. 지난 6월에는 베트남 정보통신 박람회(ICTCOMM)에 첫 참가해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 맞춘 사이버물리시스템(CPS) 보안 제품군과 안티 랜섬웨어 패키지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베트남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을 확대하며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지니언스(263860) 역시 동남아 중소·중견 기업과 공공기관을 겨냥한 맞춤형 네트워크 접근제어(NAC) 솔루션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태국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 산하 77개 지사에 NAC 솔루션을 공급한 데 이어, 최근에는 제조업 기반이 강한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공장을 대상으로 신규 수주에 성공하는 등 입지를 넓히고 있는데요.
보안업계가 해외로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성장 여력에 대한 기대가 자리합니다. 동남아 시장을 공략 중인 한 보안 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은 자국 보안 기업의 솔루션을 주로 이용하지만, 동남아는 관련 기업 기반이 약해 해외 보안 기업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상당하다"며 "상대적으로 시장에 틈입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국내 시장의 성장 제약도 보안 기업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는 배경으로 풀이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보보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보안 기업들이 꼽은 매출 악화 요인 가운데 절반(50.0%)이 '기존 고객사 납품 감소 및 해지'였습니다. 경기 위축(44.4%), 업계 간 경쟁 심화(27.8%) 등이 그 뒤를 이었는데요. 규모가 작은 내수 시장에서 기업 의존도가 높아 성장 한계가 드러난 셈입니다.
반면 동남아에서는 DX가 본격화되면서 보안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앞서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12월 과학기술·혁신·DX를 위한 결의안 '57-NQ/TW'를 채택하고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30%를 디지털 경제로 채워 2045년에는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요. 미국 국제무역청은 '베트남 디지털 경제'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이 디지털 경제 발전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삼고, 사이버 보안을 디지털 혁신의 핵심 요소로 규정했다"며 "이에 따라 지능형 위협 탐지·대응, 클라우드 보안, 데이터 보호·개인정보 규정 준수, 중요 인프라 보안, 컨설팅 등 분야에서 상업적 기회가 존재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국내 보안 기업들의 해외 시장 공략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연초 동남아 시장에 새로운 솔루션을 선보인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꾸준히 해외 사업에 문을 두드려온 가운데 관련 보안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적인 솔루션 라인업을 늘려가는 식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