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박진아·김성은·유지웅·김태은 기자]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맞이한 추석 명절이었지만 현 경제 상황에 대한 민심은 여전히 싸늘했습니다.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치솟는 물가와 경기 침체 등으로 힘겨워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잇따랐습니다. 특히 20대에서 40대까진 높은 집값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했습니다. 또 대미 관세 협상이 지지부진한 데 대해 정부를 책망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다만 시일이 더 걸리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치솟는 식료품·외식 비용…"월급 그대로인데 물가만 올라"
9일 <뉴스토마토>가 연휴 기간 '추석 민심'을 취재한 결과, 떨어질 줄 모르는 '높은 물가'가 최대 화두였습니다. 20대부터 60대까지 전 세대에 걸쳐 무섭게 오르는 외식비와 식재료 물가에 살기가 더 팍팍해졌다는 이야기를 주로 내놨습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체감경기는 크게 나아진 점이 없다는 겁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가격은 2020년 9월 대비 22.9% 상승했습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소비가 많은 과일, 빵 가격 상승률은 40%에 육박했습니다. 원재료 가격 상승은 그대로 외식비에도 반영됐습니다. 외식 비용을 뜻하는 음식 서비스 상승률은 25.1%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물가 안정이 곧 민생 안정"이라며 정부의 강한 대응을 주문했지만, 당장 나아지지는 않았습니다.
춘천에 거주하는 20대 남성은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인 닭갈비를 예로 들며 "닭갈비 1인분이 5년 전엔 1만1000원 정도였지만 현재는 1만5000원 정도 한다"며 "월급은 안 올랐는데 물가만 올랐다. 삶이 빠듯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삼척에 사는 50대 여성은 "예전엔 명절이라고 외식 한 번 하는 게 큰일이 아니었는데, 요즘은 가족 넷이 밥 한 번 먹어도 10만원을 훌쩍 넘긴다"며 "이번 추석은 연휴가 길어서 가족들이 다 모였는데 외식은 엄두가 안 난다"고 전했습니다.
자영업자의 경우 침체된 내수 경기에 고심했습니다. 대구에서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30대 여성은 "예전에는 매장 손님이 80% 정도였다면 지금은 20%로 크게 감소했다"며 "최근 오픈한 가게들이 3년을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이재명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발행으로 경기가 좋아졌다고 했지만, 대체로 일시적 회복이란 평가입니다.
정부 가계대출 규제에…2040 "내 집 마련 더 어려워져"
경제에 대한 고민은 연령대별로 달랐습니다. 20대에서 40대까지 비교적 젊은 층에서는 취업과 가계대출 등을 많이 이야기한 반면,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서는 재테크 등 노후에 직결되는 대화가 중심을 이뤘습니다. 특히 부동산 문제는 전 연령대에서 관심을 가진 이슈였습니다. 활발하게 집을 장만해야 되는 20대에서 40대까진 최근 점차 높아지고 있는 집값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충남 지역의 20대 여성은 "최근에 가계대출 규제가 이뤄졌었는데, 이 대통령 행보로 보면 규제가 더 심해질 것 같아서 걱정"이라며 "투기 예방 차원에서 규제가 이뤄지고 있는데 실거주하려는 사람들에겐 사실상 집을 살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경기도의 한 지역에 사는 40대 여성은 "부동산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서울로 이동하고 싶어도 집값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습니다.
공공 주도의 부동산 공급 대책에 대한 비판도 나왔습니다. 강원도에 사는 한 20대 남성은 "민간에서도 수지타산이 안 맞아서 못 짓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공급하면 개발 비용을 LH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LH의 빚이 될 텐데 그건 우리 청년의 몫이 될 게 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지부진한 관세 협상에도…"피해 최소화·국익 최우선" 당부
최근 경기 부진에 대해선 관세와 환율 상승에 따른 대외 경제의 악화 때문이란 의견도 많았습니다. 특히 정부의 지지부진한 대미 관세 협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이로 인해 해외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는데요.
인천 지역에서 근무하는 40대 남성은 "자동차 발광다이오드(LED) 생산업체를 다니고 있는데 관세 여파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회사 내 일감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울산에서 활동하는 50대 남성은 "건설업계 등 수출과 직결된 산업 등은 해외 수주가 줄면서 단가도 많이 낮아진 상황"이라며 "산업 현장에서 느끼기엔 최근 경제 상황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만큼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관세 협상에서 진전이 없는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태도가 강경하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합의안을 이끌어내는 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런 이유로 관세 협상 타결에 좀 더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합의하길 바랐습니다.
울산에 사는 50대 남성은 "최대한 국익에 부합하게 협상을 완료해야 한다"고 밝혔고, 인천에 거주하는 60대 남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들어주면 제2의 IMF(국제통화기금)급 위기가 불 보듯 뻔하다"며 "배 째라는 식으로 나가면서 최대한 국익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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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