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가 역대급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부터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증인 출석 여부까지 곳곳이 화약고입니다. 기업인 증인마저 역대 최다 수준으로 채택되며 '보여주기식' 국감에 머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최대 격전지는 '법사위'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13일부터 치러지는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의 최대 격전지로 법제사법위원회가 꼽힙니다. 여야는 조 대법원장의 지난 21대 대선 개입 의혹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5월1일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유죄 취지로 고등법원 결정에 대한 파기환송을 주도했습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대선 기간 급하게 2심 판결을 뒤집은 것은 대선 개입이라고 주장합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처음으로 조 대법원장의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는 발언이 담긴 제보의 존재를 밝히며 대선 개입 의혹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이후 지난달 16일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대정부 질문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조 대법원장 등 4명의 회동 날짜를 특정하며 의혹에 불을 붙였습니다.
이에 민주당은 오는 15일 대법원 현장 국감을 결정하고 조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사실상 조 대법원장 청문회입니다. 지난달 30일 '조희대·한덕수 회동 의혹' 청문회에서 주요 증인이 모두 불출석하자 현장 국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민의힘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감 증인 채택은 사법부 독립성 파괴라며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사법부는) 국감에서 인사말만 하고 마무리하는 게 관례"라며 "사법부 독립을 지키기 위한 입법부의 자제였다. 대법원장까지 나와 답변하라는 그 끝은 대법원장을 쫓아내겠다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습니다.
오는 13일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과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증인 출석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김현지 출석 '뜨거운 감자'
김 부속실장의 국감 증인 출석 여부를 놓고도 여야가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김 부속실장은 이재명정부 출범부터 대통령실의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총무비서관에 임명됐습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 측근이자 숨겨진 실세로 불리는 김 실장의 국회 운영위원회 국감 증인 출석을 강력하게 요구했습니다.
민주당은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김 부속실장은 증인 명단에서 빠졌습니다. 이후 대통령실은 논란을 의식한 듯 김 부속실장의 보직을 총무비서관에서 제1부속실장으로 변경했습니다. 총무비서관이 지난 1992년부터 국감에 항상 출석한 것과 달리 부속실장은 대통령 수행 등을 이유로 국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은 김 부속실장의 출석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정쟁을 위한 도구로 삼는 건 반대한다는 입장입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에서 출석 요구가 법적 절차에 따라 있으면 당연히 출석하고 당당하게 발언하겠다는 게 대통령실과 김 부속실장 입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권이 김 부속실장을 '절대 존엄'으로서 과하게 비호한다고 비판합니다. 장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연휴 직전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손에 불법적으로 수갑을 채웠다. 정권의 절대 존엄 김현지 총무비서관을 지키기 위해 부랴부랴 제1 부속실장으로 임명한 뒤였다"라며 "제발 김현지만 챙기지 말고, 국민의 삶을 챙기기 바란다"고 지적했습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김 부속실장 국감 출석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말에 "당연히 국민의힘과 국민은 김 부속실장이 국감에 나와야 한다고 보니 (민주당에서) 당연한 얘기를 한 걸로 생각한다"라며 "정말 민주당에서 의지를 갖고 (김 부속실장이) 국감에 출석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이뤄지는지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업인 증인만 200명…역대 최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인한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 문제도 관전 요소입니다. 오는 14일 열리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입니다. 행안위는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해 전·현직 국정자원 원장과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현신균 LG CNS 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문제는 복구 현황 점검이나 재발 방지 대책보다 정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여야는 국정자원 화재 직후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촬영 시점을 두고 고소·고발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여야 공방 속에서도 국회 정무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선 통신사와 카드사 해킹 사태 등 민생 관련 현안도 다뤄질 예정입니다. 정무위는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이사를 소환해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추궁할 계획입니다. 과방위도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를 증인으로 채택했고, 무단 소액결제 사태를 빚은 KT는 임원진을 대거 불러들였습니다.
다만 보여주기식 국감이 재연될 수 있습니다. 국회가 현재까지 확정한 증인 중 기업 관계자는 200명에 육박합니다. 역대 최다 수준입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같은 국제행사가 예정된 시기에 다수의 기업인을 국감장에 부르는 건 국감의 본 기능인 정책 점검이 아닌 '망신 주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회 산자위 소속 민주당 한 의원은 "국민들 걱정이 많은 점 알고 있다"라며 "꼼꼼한 국정감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