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가 3분기에도 실적 순항을 이어가며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시중금리 하락과 가계대출 규제로 이자이익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대마진 확대와 비이자이익 실적으로 만회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3년 연속 리딩금융(금융지주 실적 1위)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연간 순익 역대급 예상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의 올해 3분기 순익 예상치는 총 4조879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규모인데요. 상반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8.7% 급증했기 때문에 3분기 누적 실적은 역대 최대 기록을 이어갈 전망입니다.
지주사별로는
KB금융(105560)이 1조5616억원의 순익을 거둬 1위 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순익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3분기 이자이익과 비은행 실적은 견조했지만 기저효과가 영향입니다.
3분기 실적이 가장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신한금융지주(
신한지주(055550))입니다. 신한금융은 3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4% 늘어난 1조350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금융지주(316140)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유사한 9050억원의 순익을 거둘 것으로 관측됩니다.
우리금융은 3분기부터 동양·ABL생명 인수 효과를 보게 됩니다. 특히 두 보험사를 낮은 가격에 인수했기에 대규모 시세차익(염가매수차익)을 거둘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나금융지주(086790)의 경우 1조6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들 4대 금융의 올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18조1335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6조5268억원 대비 약 9.2%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됩니다. 특히 KB금융의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5조7321억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5조286억원 대비 14.0% 급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KB·신한, 격차 더 벌어져
실적 컨센서스를 따른다면 KB금융은 3년 연속 리딩금융 타이틀을 차지하게 됩니다. 지난 2023년 KB금융은 신한금융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라선 바 있습니다. 순익 격차는 당시 2000억원 수준에서 5000억원으로 더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한금융은 KB금융 뒤를 바짝 좇고 있습니다. 신한금융의 올해 순익은 5조1632억원으로 '5조 클럽' 진입이 예상됩니다. 하나금융은 4조872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늘어날 전망이며, 우리금융은 3조677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 순이자마진(NIM) 하락을 고려하면 금융지주사들은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예상 밖 호실적 배경에는 예대금리차 확대가 있습니다. 예대금리차는 은행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격차로 커질수록 은행에 이익입니다. 은행은 금융지주의 주요 계열사로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90% 정도의 실적 비중을 차지합니다.
당초 가계대출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부동산 대책 시행으로 금융지주사의 이자이익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계대출 규제가 은행 간 가격 경쟁을 약화시키고, 가산금리 상승 등으로 이어지면서 은행 이자마진을 방어하는 효과를 냈습니다.
금융당국의 '생산적 금융' 전환 정책도 예대금리차 확대 요인으로 꼽힙니다. 금융위원회는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 하한을 기존 15%에서 20%로 상향했는데요. 내년 신규 주담대 공급이 약 27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자산 운용에 제약이 생겨 대출금리를 적극적으로 낮출 유인이 적은 셈입니다.
금융지주사들이 올해 연간 기준 최대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을 강력하게 옥죄는 대출 규제가 은행의 이자마진을 방어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과징금 리스크 덜어
가계대출의 빈자리를 기업대출이 충분히 메꿀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당장의 가계대출 경쟁에 매몰되는 것보다 수익성이 높은 기업대출 비중을 높이는 게 장기적 측면에서 유리하고, 현 정부 기조와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가계대출에 제동이 걸리더라도 기업대출 확대분을 감안하면 3% 정도 수준의 대출 성장률에서 크게 떨어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KB금융지주가 실적 1위를 견고히 지키며 2위와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며 "만년 4위를 기록했던 우리금융이 증권·보험 계열사를 갖춘 이후 실적이 급증할 수 있어 나머지 금융지주 간 경쟁도 볼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징금 부담이 줄어든 것도 금융지주 호실적에 힘을 더하고 있습니다.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 및 은행 LTV(담보인정비율) 담합 의혹 등으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지만 실적 악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대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 홍콩 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과징금 규모는 대폭 쪼그라들 것이란 견해가 우세합니다.
금융감독원이 부과할 홍콩ELS 과징금은 위반행위 중대성 평가 결과에 따라 부과기준율이 크게 달라집니다. 경미한 위법행위의 경우 부과기준율의 절반 내에서 과징금 조정이 가능하고 사전 예방, 사후 수습 노력 여부에 따라서 기본 과징금의 최대 75%까지도 조정될 수 있습니다. 은행권의 홍콩ELS 관련 자율배상 동의율은 96%가량인데, 업계에선 과징금이 2조원 안팎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과징금 규모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해 4월 홍콩지수 ELS 피해자 모임 회원들이 홍콩ELS 손실 관련 고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