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0% 관세에 EU 쿼터 축소까지…철강 ‘수출 절벽’ 현실화

EU, 쿼터 물량 절반 축소·쿼터 밖 세율 50%↑
업계, 올해에만 4000억원 관세액 납부 전망
대미 수출 물량 급감…EU도 수출 급감 예상

입력 : 2025-10-10 오후 3:01:16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미국이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50%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유럽연합(EU)마저 철강 수입 쿼터를 대폭 축소하기로 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수출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관세 인상으로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이 급감한 가운데, 내년부터 EU의 쿼터 축소 조치까지 시행될 경우 한국 철강 수출의 양대 시장인 미국과 유럽 모두에서 수출 물량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위치한 유럽의회. (사진=뉴시스)
 
최근 EU는 역내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철강 수입 쿼터(TRQ)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EU는 기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제도를 대체할 새로운 철강 TRQ 도입 제안을 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했습니다. △쿼터 물량 47% 축소 △쿼터 밖 세율 인상(25%→50%) 등 철강 수입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이번 조치는 EU의 일반 입법 이행 절차를 거쳐 내년에 확정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의 수출 타격이 불가피해졌습니다. EU는 한국 철강업계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EU 철강 수출액은 44억8000만달러로 미국(43억5000만달러)보다 많았습니다. 당장은 현행 세이프가드에 따라 기존 쿼터와 관세율이 유지돼 대EU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내년 6월부터 무관세 쿼터가 절반 수준으로 줄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최대 50%의 관세가 부과되면 수출 여건은 급격히 악화될 전망입니다. 
 
실제로 미국이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한 이후, 국내 철강사들의 관세 부담이 늘면서 수출 물량 역시 급감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올해에만 약 4000억원의 관세를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25% 관세가 적용된 지난 3~5월에는 5700만달러(약 810억원), 50% 관세가 적용된 6~8월에는 9050만달러(약 1287억원)로 58.8% 늘었으며, 9~12월에는 총 1억3400만달러(약 1905억원)의 추가 부담이 예상됩니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이 같은 영향으로 올해 1~8월 대미 철강 수출량은 173만톤(21억40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감소했습니다. 한국철강협회는 관세 인상 여파로 하반기 수출 물량은 상반기 대비 약 9% 추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처럼 미국의 고율 관세가 철강 수출 감소로 이어진 만큼, 내년부터 EU의 수입 쿼터 축소와 관세 강화 조치가 시행되면 대EU 철강 수출 물량 역시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미국과 EU의 철강 관세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중 관계부처 합동으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번 대책에는 글로벌 공급 과잉에 대응한 품목별 전략 수립, 불공정 수입에 대한 통상 방어 강화, 수소환원제철·특수탄소강 등 저탄소·고부가 제품 중심의 산업전환 투자 확대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철강 기업과 금융권, 정책금융기관이 협력해 약 4000억원 규모의 ‘철강 수출 공급망 강화 보증상품’을 신설하고, 수출 기업의 자금난 완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책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다만 업계는 정부의 대응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근본적인 해법은 외교 협상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 조치는 환영하지만, 관세 문제는 결국 외교적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가 외교 채널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주길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업계도 수출국 다변화와 경쟁력 강화 등 자구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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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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