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에너지 수요 폭등…K원전 ‘수혜’

중동 전쟁·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 급증
EU, 탈원전 ‘실수’ 인정…SMR 개발 지원
미국도 ‘원전 르네상스’ 내걸고 투자 확대

입력 : 2026-03-16 오후 3:07:04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중동 전쟁과 인공지능(AI)발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 세계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원전업계 수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대응해 신규 원전 건설 지원에 나선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란 전쟁까지 겹치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급 불안이 커지자 유럽도 탈원전 기조를 되돌리는 분위기입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지난 1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회 민간원자력 정상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업계와 외신 등을 종합하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회 민간원자력 정상회의에서 탈원전을 “전략적 실수”라며 “독립적·안정적이면서 경쟁력 있는 에너지를 위해서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지원을 위한 2억유로(약 3400억원) 규모의 보증 프로그램 가동 방침을 밝혔습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역시 같은 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같은 의견”이라고 거들었습니다.
 
유럽의 이 같은 흐름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원유 수입이 끊긴 데 이어, 올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인해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까지 차질을 겪으면서 에너지 안보 문제가 부각됐기 때문입니다. 안정적인 기저 전원 확보 필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미국에서도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으로 원전 확대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원전 르네상스’를 내걸고 지난해 5월 현재 약 100GW 수준인 자국 원전 설비 용량을 2050년까지 400GW로 확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어 미 정부는 약 800억달러를 투자해, 2030년까지 최소 10기의 신규 원전을 착공한다는 방침도 세웠습니다. 미 텍사스주도 최대 20억달러 규모의 원자력에너지기금을 앞세워 첨단원전 유치에 나서는 등 주정부 차원의 지원도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이 같은 글로벌 원전 확대 흐름 속에서 국내 원전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유럽의 원전 확대 기조로 중장기 시장 확대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에서는 신규 원전 발주 움직임이 가시화되며 수주 모멘텀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미국의 원전 건설 사이클이 시작되면서 AP1000 종합설계 부문 진출 가능성과 대형 원전 주기기 수주가 곧 가시화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와이오밍주 테라파워 SMR 발전소 조감도.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아울러 미국은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지난 4일 테라파워의 와이오밍주 케머러 나트륨(Natrium) 원전 프로젝트에 대한 건설허가를 승인했습니다. 테라파워는 본격적인 건설에 나설 예정이며, 2030년대 초반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 보호 용기, 원자로 지지 구조물, 노심 동체 구조물 등 주기기 3종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유럽의 경우 국내 원전업계가 중장기적으로 기대를 걸 수 있는 시장으로 꼽힙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유럽 전역에서는 탈원전 기조가 확산됐고, 다수 국가가 수년째 원전 해체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에너지 안보와 전력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다시 원전 복귀 움직임이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일부 유럽 국가들은 원전 회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 탈원전 국가로 꼽히는 이탈리아는 내년까지 원자력발전 재개를 위한 법적·기술적 준비를 마친다는 방침입니다. 벨기에는 지난해 의회 의결을 통해 탈원전 폐기를 공식화했고, 스웨덴은 원전 증설을, 폴란드는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입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친원전 기조가 국내 원전업계의 중장기 수주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원전 산업 특성상 단기간 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원전 확대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국내 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원전은 수주부터 매출 인식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산업인 만큼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 수주 기반 확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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