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베트남 정부가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로 하면서,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국내 철강 및 조선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5~10% 수준이던 법인세 실효세율이 최소 15%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세금이 크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베트남 호치민 근처에 위치한 POSCO-VIETNAM 공장. (사진=포스코)
베트남 재무부는 오는 15일부터 경제협력기구(OECD)의 ‘필라2(Pillar Two)’ 기준을 반영해, 법인세율이 15% 미만인 다국적기업의 차액을 보충세 형태로 징수하도록 규정한 시행령 236호를 발효하기로 했습니다. 적용은 2024 회계연도분부터입니다. 최근 4개 회계연도 중 2개 이상에서 연결 매출 7억5000만유로(약 1조원) 이상인 대기업 그룹이 적용 대상으로, 한국 기업 대부분이 포함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번 시행령은 베트남 내 법인이 15% 미만 세율을 적용받을 경우 베트남 정부가 직접 차액을 징수할 수 있는 내국보충최저한세(QDMTT)와 해외 자회사 소득에 대해 모기업이 본국에서 추가 세금을 규정하고 있는 소득포괄산입규정(IIR)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현지 공장의 실효세율이 10%라면 부족한 5%를 베트남 정부가 보충세로 징수한다는 뜻입니다. 즉, 어떤 경우에도 기업은 최소 15%의 법인세를 납부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는 것입니다.
그동안 베트남 정부는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감세정책을 유지해왔습니다. 베트남의 공식 법인세율은 20%이지만, 첨단산업이나 대규모 투자 기업에는 ‘최대 4년 면세+9년간 50% 감면’ 등 다양한 세제 혜택이 제공돼왔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현지 진출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5~10% 수준의 실효세율을 적용받아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글로벌 최저한세가 시행되면 이 같은 세율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게 됩니다.
HD한국조선해양이 인수한 두산비나 공장. (사진=HD한국조선해양)
이에 따라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철강·조선 업계의 세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포스코그룹은 베트남 내에 POSCO-VIETNAM, POSCO-VST, POSCO YAMATO VINA 등 3개의 생산 법인과 POSCO-Vietnam PC 등 가공센터 1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조선업계에서는 HD현대가 현지에서 HD현대베트남조선을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두산비나를 2900억원에 인수하는 등 베트남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대신 베트남 정부는 갑작스런 세부담 증가에 따른 부담 해소를 위해 별도의 투자지원펀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인력 훈련비 △연구개발(R&D) 비용 △전력·환경비 △인프라 운영비 등 기업의 고정비 일부를 보전하거나, 초기 투자비 보조형으로 신규 설비나 R&D 센터 건설비의 최대 50%까지 지원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시행일이 임박했음에도 투자지원펀드의 구체적 세부 운영 지침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30일 주베트남 한국대사관과 베트남 재무부가 공동 개최한 ‘국세·관세 현안 대화 간담회’에서도 국내 대기업 관계자들은 투자지원펀드 항목 중 ‘하이테크 기업’의 구체적 기준을 질의했으나, 베트남 재무부는 조만간 별도 간담회를 열어 설명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베트남 현지 진출 업계 관계자는 “실제 지원이 기존 세제 혜택에 비해 얼마나 체감될지는 미지수”라며 “세부 기준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수혜를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또 다른 베트남 현지 진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 공장은 세제 혜택 적용 기간이 종료돼 일반 법인세율(20%)을 적용받고 있다”며 “다만 향후 베트남에 추가 투자를 검토할 때는 세제 변화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