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집값 불장 조짐…금융위 심정은

고강도 규제에 대통령이 여러 번 칭찬
"파격적 공급 없이는 필패"
수요 억제 일변도 한계 인지

입력 : 2025-10-1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이재명정부가 내놓은 6·27, 9·7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시장 안팎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두 차례에 걸친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 대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값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출 문턱을 높이고, 공급 확대 계획을 내놨는데 왜 가격은 잡히지 않느냐는 회의론이 번지고 있습니다.
 
이번 정부 들어 발표된 6·27 대책은 가계부채 관리를 명분으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이고, 전세자금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수요 억제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이어 나온 9·7 대책은 ‘공급 확대’라는 이름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인 토지 확보보다는 중장기 계획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시장에서는 언제 공급될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습니다. 
 
정부는 오는 15일께 또다시 새로운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급은 공급대로 속도를 내면서 수요 부분에서 할 수 있는 정책을 조만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규제 지역을 확대하고 대출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대책에서 대출 규제를 주도한 금융위원회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현 정부 출범 전후로 들썩인 서울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고강도 대출 규제를 내놓았고, 서울 집값이 잠깐 주춤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러자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위를 여러 차례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된 강북 지역 한강 벨트 권역인 서울 성동구 지역 아파트의 모습. (사진=뉴시스)
 
두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가 임박한 시점이었습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사석에서 "파격적인 공급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부동산 잡기는 필패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하는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단순한 개인의 견해로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가계부채 대책을 다루는 금융 관료도 수요 억제 일변도의 부동산 대책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특히 문재인정부 시절 무산된 태릉CC 공공택지화 사례를 언급하며, "그때 유휴부지 활용이 관철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뼈아프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 태릉CC, 용산 정비창 등 국공유지를 공공택지로 활용하려 했던 시도는 환영받았지만, 환경단체 반발과 지역 갈등, 정치권 눈치 보기 속에 무산됐습니다. 그 여파로 공급 기반은 더욱 약화됐고, 민간 택지 중심의 분양가 급등이 뒤따랐습니다. 이번 정부 역시 '공급 확대'를 외치지만, 실제로 국공유지나 유휴부지를 과감히 활용하는 결단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유휴 국공유지 등 파격적인 공급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문재인정부 시절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그대로 답습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금융당국만 바라보는 의존증에 대해서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국토부 등에서 자리를 내놓겠다는 의지로 공급책을 만들어내야 금융정책(대출 규제)도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석유화학산업 재편의 경우에도 금융 지원에 기대하는 심리를 앞세워서는 역부족이다"라고 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권이 가지는 부동산 개발에 대한 거부감에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했었습니다. 부동산 가격은 정부 정책 외 다양한 경제적 요인의 영향을 받음에도 진보 정권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보수 정권에서 떨어진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진보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 안정과 공급 확대라는 목표와 달리, 규제 강화로 인한 공급 위축과 시장 과열, 실수요자 불안 등 부작용을 낳았기 때문입니다. 
 
이 관계자는 "금융위가 대통령 칭찬을 들었지만 '이거 잘못되면 날아가겠구나'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금융위가 잘한 일'이라는 것은 결과에 따라 '금융위가 잘못 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최종 결재한 금융정책을 '금융위 대책'이라고 칭찬하는 것부터 께름칙했습니다. 
 
집값 안정의 근본 해법은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역대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기획·집행하는 경제금융 관료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함부로 꺼내지 못하는 '오프더레코드'가 돼버렸습니다. 자리를 파하면서 "사견으로 알아달라"고 다시 한번 다짐받는 그의 모습에 뒷맛이 씁쓸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에서 직원이 사무실을 오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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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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