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억지로 눌렀지만…집값 오르고 금리 거꾸로

입력 : 2025-10-1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이재명정부가 출범 이후 석달 새 두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집값은 오히려 오르고 기준금리 인하에도 실질 금리는 반대로 오르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출금리 역행 혼란 가중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9월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액은 1조3134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10월(1조923억원) 이후 11개월 만의 최소 증가폭입니다. 불과 두세달 전만 해도 4조~5조원을 웃돌던 증가폭과 대조적입니다.
 
신용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2711억원 줄었고 전세자금대출 잔액 또한 334억원 줄어 17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가계대출 증가 흐름이 확 꺾이면서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은 1조1964억원에 머물렀습니다. 올해 1월 이후 8개월 만의 최소 증가액입니다.
 
가계대출 증가액이 줄어든 것은 6·27 부동산 대책과 9·7 부동산 대책 등 여러 규제에 따른 대출 절벽의 여파이입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과열과 주택 가격 상승의 주원인을 과도한 가계부채라고 보고 가계대출 억제책을 시행 중입니다. 은행권의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신용대출의 경우 카드론을 포함해 한도를 연소득까지로 막았습니다.
 
하반기 은행별의 대출 공급 총량을 기존의 절반으로 감축한 가운데 은행들은 대출 수요 쏠림을 우려해 대출금리를 쉽게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시장금리 하락에도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을 체감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축소하면서 실질적 금융 비용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것입니다.
 
지난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49%로 전월(연 2.51%)보다 0.02%p 떨어졌으며, 이 지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됩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주담대 금리는 전월과 같은 3.96%를 기록, 내려가지 않고 있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8월 중 하락했지만, 6~7월 중 일부 은행이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가산금리를 소폭 인상한 것이 시차를 두고 영향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수요억제 불구 집값 고공행진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집값도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넷째 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19% 상승해 직전 주보다 오름폭을 키웠습니다. 상승률 자체도 3주 연속 확대(0.08%→0.09%→0.12%→0.19%)하고 있습니다.
 
'한강 벨트'로 불리는 성동(0.59%)·마포(0.43%)·광진·송파(0.35%)·강동(0.31%)·용산(0.28%) 등 지역이 가격 상승을 주도했습니다. 역세권·대단지뿐만 아니라 은평·강북·금천 등 서울 외곽 지역까지 보합권에서 벗어나 상승세에 합류했습니다. 사실상 전방위 매수 심리가 확산됐습니다.
 
서울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확대 가능성이 언급되는 가운데 규제 강화 전 매수가 몰린 영향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공급 대책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면서 규제 확대에 앞서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커지는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금융당국은 추가 대출 규제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추이를 계속 보고 있다"면서 "(추가 규제가)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고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에서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현재 6억원에서 4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이나 특정 주택가격 초과 시 담보인정비율(LTV) 0% 규제를 부활시키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은행권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대출 규제 중심의 수요 억제책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을 강력하게 옥죄는 규제는 가계대출 감소라는 효과로 바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부동산 가격 잡기라는 정책 목적인데, 시장 관망세가 짧게 이어지더니 실패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집값 오름세가 잡히지 않고 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보이는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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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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