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한앤코, 케이카 인수 7년…엑시트 '저울질'

대기업 참전에도 1위 수성…재평가 기대감
매각 시점 늦어질수록 몸값 하락 우려도

입력 : 2025-10-16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4일 09:5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381970)(K-Car)가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나와 있는 가운데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한앤코)의 매각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케이카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가가 회복되는 데다 중고차 시장 호황으로 몸값 재평가 가능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카는 신규 사업자 진입에도 점유율이 상승 추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카의 올해 상반기 판매 대수 기준 중고차 시장 점유율은 12.7%로, 2022년 10.3%, 2023년 11.5%, 2024년 12.3%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앤컴퍼니(사진=한앤컴퍼니)
 
대기업 경쟁사 진입에도 점유율 상승…리레이팅 가능성
 
이에 관련 업계에선 케이카에 대한 리레이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기업 진입 규제 완화로 시장 구조가 재편되는 가운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고차 산업의 밸류에이션 프레임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케이카는 AI·이커머스 중심의 플랫폼 전환에 성공하면서 레몬 마켓으로 인식되던 중고차 시장의 경쟁 구도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국내 중고차 시장은 개인 간 거래 비중이 전체 중고차 시장에서 약 50%를 차지하는 등 과점 사업자 부재로 영세한 딜러 중심의 파편화된 특성을 보였다. 일찍이 정부가 나서 중고차 판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 2013년 3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대기업의 신규 진출과 매출 확장을 제한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2년 3월 17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자동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 업종에서 제외한다고 의결하면서 전반적인 시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 매매업자와 소비자 사이의 정보 격차가 좁혀지고, 업체 간 경쟁을 통한 서비스가 고도화되면서 전반적인 중고차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선 중고차 시장이 온라인·기업형 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온라인 1위 사업자인 케이카 밸류도 동반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 1위 사업자로 직접 차량을 매입하고 상품화를 거쳐 유통한 경험이 가장 많아 축적된 데이터와 판매 네트워크가 풍부하다는 이점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중고차에 대한 인증 시스템이나 플랫폼의 차량 이력 정보 투명성 확보 등으로 소비자 신뢰와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대기업 진출은 중고차 잔존 가치 상승을 동반하고 온라인 1위 사업자인 케이카의 밸류도 함께 오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역대 최대’ 실적 이어가는 케이카…매각 시점 고민 깊어져
 
케이카는 굵직한 경쟁사 진입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케이카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1조2135억원, 영업이익은 395억원이다. 특히 올 2분기에만 6089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역대 분기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 10.8% 증가했다.
 
다만 일각에선 매각 시점이 늦어질수록 몸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고차 시장의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에도 족쇄가 풀린 대기업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기아(000270)는 올 3월 사업목적에 '부동산 개발업'을 추가하며 중고차 매매단지 조성 등 유통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한 사전작업을 마쳤으며, 쏘카(403550)의 경우 현대글로비스(086280)와 협업해 전국 단위로 중고차를 매입하는 등 확장에 나선 상황이다.
 
이를 고려해 한앤코는 케이카를 일찍이 매물로 내놓았지만, 몸값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한앤코는 지난 2022년부터 골드만 삭스를 매각 자문사로 선정하고 지분 매각을 검토해 왔다. 이 과정에서 어피니티프라이빗에쿼티가 인수를 검토했지만 SK렌터카와 롯데렌탈을 인수하면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앤코는 2018년 4월 SK(003600)그룹의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 사업부인 SK엔카를 2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추가적으로 CJ(001040)그룹 조이렌터카 지분을 500억원에 매입해 케이카와 합병시켰다. 현재 한앤코는 한앤코오토서비스홀딩스유한회사를 통해 케이카 지분 72%(3462만2302주)를 보유 중이다. 
 
한앤코는 투자원금을 이미 회수한 상황서 매각을 서두르기보단 몸값을 최대한 높게 받겠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앤코는 2021년 10월 케이카를 상장하며 구주매출을 통해 3066억원을 현금화했고, 배당으로 2020년부터 올 1분기까지 총 1637억원을 수령하는 등 수익이 짭짤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2022년에는 리캡(자본재조정)으로 약 5000억원을 추가 회수하면서 결과적으로 한앤코는 케이카에서 총 9000억원가량을 거뒀다. 단순 계산으로 투자원금(약 2500억원) 대비 수익률은 300%에 육박, 내부수익률(IRR)로 환산하면 25% 수준이다.
 
올해 케이카 주가가 약 17% 상승하면서 향후 몸값 상승 여지를 키운 것도 매각 시점에 대한 고민을 키우는 요소다. 대기업 경쟁사의 진입 가능성에 매각 추진 당시 케이카 주가는 하락세였지만, 이후 실적 개선과 점유율 상승이 지속되자 오히려 몸값이 상승할 여지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몸값에 대한 양보보단 경쟁을 이어가면서 몸값 지키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뒤따른다.
 
사모펀드(PEF)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한앤코는 케이카에서 이미 목표 수익률을 확보했기 때문에 매각 시점에 따라 잔여 수익률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대기업 점유율 완화와 시장 구조 개선이 겹치는 시점에 가장 높은 멀티플로 엑시트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실적 개선과 점유율이 꾸준히 유지된다면 장기적인 배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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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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