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보유 강화에 IPO 시장 '질로 승부'

AI·반도체·콘텐츠 중심의 성장기업 상장 추세
증권사, 공모가 보수화·사후관리 강화로 체질 변화

입력 : 2025-10-15 오후 4:35:07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의무보유확약 제도 강화 이후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의 중심축이 '양보다 질'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업계에서는 상장 건수가 예년보다 줄었지만, 상장 직후 유통 물량이 관리되면서 공모가 산정이 한층 보수적이고 정교해지고 있으며 성과는 준비된 종목에 집중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번 제도 변화가 투기적 수요를 줄이고 시장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15일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9월 신규상장을 위해 예비심사를 신청한 일반 기업(코넥스·스팩·리츠 제외)은 4곳으로, 7월(15곳)과 8월(6곳)에 비해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10월 들어서는 이날까지 의료기기 제조업체 메쥬 한 곳만 예비심사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미 상장 승인을 받은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수요예측과 청약 절차에 돌입하면서 시장은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양상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실제로 이달에는 AI·반도체·바이오·콘텐츠 등 성장 산업 중심의 IPO 일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에는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 노타(14~20일) △반도체 식각 부품 기업 씨엠티엑스(29일~11월 4일) △환경시험장비 제조사 이노테크(16~22일) △무선통신 솔루션 기업 세나테크놀로지(23~29일) △'아기상어' 제작사 더핑크퐁컴퍼니(28일~11월 3일) 등이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제도 변화 이후 기술력과 수익성을 갖춘 기업 중심으로 IPO가 재편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의무보유확약 비중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예전처럼 공격적으로 밸류에이션을 제시하기 어렵게 됐다"며 " 기관의 장기 보유를 유도하기 위해 물량 배분이나 보호예수 기간을 세밀하게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도 시행 이후 첫 상장 기업인 에스투더블유(488280)(S2W)와 명인제약(317450)은 각각 상장 첫 날 공모가 대비  81%, 110% 상승 마감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질적 IPO'의 신호탄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의무보유 제도 강화로 공모주 시장의 체력이 달라졌다"며 "단기 흥행보다 사후 주가 안정성이 핵심 지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올해 하반기 IPO의 공통점은 단기 테마가 아닌 기술 경쟁력 중심이라는 점으로 제도 안정화와 맞물려 성장 산업 중심의 IPO가 시장의 질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업계에서는 주요 주관사 가운데 KB증권과 NH투자증권(005940)이 단기 흥행보다 상장 후 주가 안정성과 투자자 신뢰 확보를 중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두 증권사는 올해 들어 성장 산업 중심의 중견급 IPO를 다수 주관하며 제도 변화에 맞춰 공모가 산정을 보수적으로 조정하고 상장 이후 주가 안정성까지 고려한 '사후관리형 IPO' 방식을 점진적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KB증권은 현재 IPO 주관 실적에서 1위로 평가받고 있으며, 명인제약 상장에 성공한 데 이어 이노테크·세나테크놀로지의 대표주관을 맡아 상장을 추진 중입니다. NH투자증권은 비츠로넥스텍, 케이뱅크 등의 상장을 준비하며 성장 산업 비중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두 증권사 모두 기관과의 협의 과정에서 의무보유확약 비중을 높이고 구주 매출을 최소화하는 등, 상장 이후 유통 안정성을 고려한 구조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기 청약 흥행보다 상장 후 주가 흐름이 더 중요한 지표로 바뀌고 있다"며 "최근 증권사들이 보호예수 확대나 구주 매출 축소 등 구조적 개선을 시도하면서 공모 시장의 체질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도 변화가 증권사들의 공모 전략을 바꿔놓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내 한 IR 대행사 임원은 "의무보유 확약 강화 이후 상장 기업들 사이에서도 질적 IPO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제는 단기 흥행보다 상장 이후 주가 안정성과 투자자 신뢰 유지가 기업 평가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주하 기자
SNS 계정 : 메일 트윗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