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경기도 각 기초자치단체와 소속 구청 12곳 가운데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전담 인력을 둔 곳은 성남시 수정구청 1곳뿐인 걸로 확인됐습니다. 나머지 11곳은 공시지가, 주소 정보 등의 업무를 맡은 직원이 토허제 업무까지 떠맡게 됐습니다. 경기도 12곳 가운데 광명시와 용인시 수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10곳이 토허제로 묶인 건 사상 처음인 탓에 전담 인력이 없는 겁니다. 인력난이 불을 보듯 뻔해지자 경기도청은 중앙정부에 인력 보강을 요청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15일 경기도 지자체 중 △과천시 △성남시 분당구·수정구·중원구 △수원시 영통구·장안구·팔달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 △의왕시 △하남시 △광명시 등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이들 지역에선 오는 20일부터 아파트, 동일 단지 내 아파트가 1개동 이상 포함된 연립·다세대 주택을 거래할 때 담당 시청이나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15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문제는 토허제를 전담해 처리할 인력이 없다는 겁니다. 경기도 12개 지자체 전체 구역에 대해서 토허제를 적용하는 게 유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엔 광명 하안구역 등 '일부 투기지역'에 한해 토허제 규제를 받은 사례만 있습니다.
광명시청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광명시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건 제가 기억하기로는 10년 정도 만의 일"이라고 했고, 용인시청 관계자 역시 "수지구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된 건 2012년 토허제 해제 이후 13년 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경기도 내 12개 지자체에선 토허제 담당자가 없어 비상이 걸렸습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담당자들이 2~4개 업무를 맡으면서 토허제 업무를 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용인시청 관계자도 "지난 15일 수지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되면서 수지구청에서 다른 업무를 맡던 사람이 토허제 업무까지 맡게 됐다"며 "구청 차원에선 업무 분장을 새로 할지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용인시청이 구청에 인원을 추가해 줄지 여부도 생각하는 중이다.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을 경우, 해당 담당자가 계속 토허제 업무를 맡게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의왕시청의 경우 토허제 업무를 담당한 인력이 겸하는 업무가 △건물번호 및 상세주소 부여·변경·폐지 △국가기초구역 및 국가지점번호 관리 △주소정보시설 일제조사 및 유지관리 △주소정보관리시스템 운영 및 관리 △도로명 주소 안내도 및 홍보 업무 △건물번호 및 상세주소 국민불편사항(신문고) 처리 △주소정보기본도 유지관리 등으로 나와있습니다.
12개 지역 중 유일하게 토허제 전담 인력이 배치되는 곳은 성남시 수정구입니다. 전담 인력이 사전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20일부터 배치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수정구청 관계자는 "오는 20일부터 전담 인력이 배치된다"며 "수정구는 지난해 주택 거래 신고 건수만 7000건이 넘고 그 가운데 대부분은 아파트일 정도로 거래가 활발한 구역이다. 이제 모두 다 허가를 받아야 되는 거니까 전담 인력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토허제 담당자들이 앞으로 맡아야 할 허가 관련 업무 건수는 하루 5~10건 이상에 이릅니다. 수원시 장안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아파트 거래가 3000~4000건이니 단순 계산으로 하루에 10건 이상은 되는 것"이라며 "실제로는 그보다 허가 건수는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혼자서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된다"고 했습니다.
의왕시청 관계자도 "지난해 월간 거래된 아파트 물량이 200호"라고 말했습니다.
성남시 중원구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아파트 거래 건수가 1518건"이라며 "이 정도 물량 중 일부가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되더라도 업무량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15일 국토교통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미지. (그래픽=뉴시스)
토허제 전담 인력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토허제에 생소한 서류를 내야 하는 주민이 제대로 서류를 제출하도록 도와주는 데만 해도 며칠이 걸린다는 설명입니다. 토지거래허가 신청 서류는 △토지거래계약허가신청서 △토지이용계획서 △토지취득자금조달계획서 △임대차계약종료확인서 △주택 추가취득사유 등 소명서 △행정정보 공동이용 사전동의서 △가족관계증명서 △위임장과 신분증 사본 등입니다.
과천시청 관계자는 "주민이 처음부터 완벽하게 서류를 준비해오지는 않지 않느냐"며 "주민이 허가 서류를 제대로 내게 하려면 일일이 상담해주고, 모자라는 부분을 보완해 주는 것부터가 며칠 걸린다"고 했습니다. 이어 "서류 제출 후에도 그 서류가 맞는지 확인해야 하는 절차도 있다"며 "여기에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려면 혼자서는 조금 무리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담당자들은 거래 허가를 받은 주민이 실거주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실거주를 하지 않을 경우 후속조치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안양시청 관계자는 "2년간 거주하지 않을 경우에 이행강제금이나 허가 취소 등 후속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량이 상당히 늘어나는 건 맞다"고 했습니다.
성남시 분당구청 관계자도 "실거주는 현장에 나가서 확인하는 수 밖에 없다"며 "허가 업무를 하려면 1명으로는 힘들어서 구청 내 인사부서에 충원을 요청하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경기도 수원시에 자리한 경기도청. (사진=경기도청)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12개 지역이 인력난을 겪자 경기도청은 정부에 인력 충원을 건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오는 20일부터 보름 정도 모니터링해서 허가 신청 건수 추이를 본 다음에 행정안전부에 충원 요청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