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미국 항공기 제작업체 보잉이 향후 20년간 동북아 항공 시장이 1950억달러(약 27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항공기 공급은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수급 균형은 2030년 이후에나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데이브 슐티 보잉상용기 부문 지역 마케팅 총괄 디렉터가 17일 서울 여의도 호텔에서 열린 동북아 및 한국 상용 항공기 시장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보잉코리아)
보잉은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동북아 및 한국 상용 항공 시장 전망’ 간담회를 열고, 향후 20년간 동북아시아 상용 항공 서비스 수요가 1950억달러(약 277조5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부품 공급망과 정비·수리·개조(MRO), 디지털 솔루션 등이 이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봤습니다.
데이브 슐티 보잉상용기 부문 지역 마케팅 총괄 디렉터는 “증가하는 항공 여행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동북아 지역 항공사들은 2044년까지 1515대의 신규 항공기가 필요하며, 이 중 약 30%는 한국에 인도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단거리 노선용 단일통로기 770대와 장거리 노선용 광동체기 725대(여객기 640대, 화물기 85대)의 도입 비율은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보잉은 향후 20년간 동북아 지역 국내총생산(GDP)이 연 1.1% 성장하고, 여객 교통량은 연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로 인해 항공기 보유 대수는 연평균 1.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교통량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항공기 인도는 더딜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슐티 디렉터는 “팬데믹 이후 항공기 인도 과정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못했다”며 “2030~2035년 사이 항공기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했습니다.
보잉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전 세계 항공 수요 급감으로 두 차례에 걸쳐 약 3만명을 해고했습니다. 이로 인한 인력 공백이 공급 지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업계는 인력 회복과 부품 공급망 정상화가 더딘 만큼 항공기 인도 차질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잉은 한국 항공 시장이 동북아 성장의 중심에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슐티 디렉터는 “지난 20년간 한국의 항공 시장 규모는 두 배로 커졌으며, 공항 간 노선은 190개에서 350개로 늘었다”며 “특히 월간 운항 횟수는 2만4000회에서 5만5000회로, 월간 좌석 수는 500만석에서 1200만석으로 확대됐다”고 했습니다.
보잉은 향후 10년간 한국의 여객 수요가 연평균 3.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현재 한국 항공사의 장거리 노선 중 60% 이상이 보잉의 광동체 기종(787 드림라이너, 777 등)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003490)과 에어프레미아가 대표적입니다.
화물 부문에서도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슐티 디렉터는 “올 상반기 인천국제공항은 140만t의 화물을 처리하며 동북아 최대 환적 허브로 자리 잡았다”며 “타이베이(120만t), 나리타(97만t)를 앞서는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보잉의 차세대 주력 항공기인 777X에 대해선, 글로벌 항공사로부터 560대 이상 주문이 완료됐으며, 연료 효율성과 426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좌석으로 개선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