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0도의 열·9000톤의 압력…세아, 우주항공 심장 두드리다

초내열합금·단결정 기술로 소재 자립 시동
3년간 창원공장·미 텍사스에 4천억원 투자

입력 : 2025-10-21 오후 12:00:00
[창원=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20일 찾은 경남 창원시 성산구 적현로에 위치한 세아창원특수강 특수제강공장. K9 자주포에 장착할 중량 3.8톤의 포신이 크레인에 의해 수직으로 매달려 있었습니다. 열처리를 마쳐 시뻘겋게 달아오른 포신을 물탱크로 낙하하자 사방으로 물이 튀고 위쪽으로 수증기가 치솟았습니다. 국내에서 세아만 보유한 수직 연속 주조 기술은, 철을 휘지 않게 응고시켜 균열을 최소화해 변형 응력이 작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진공 주조와 용해로에서는 대기와의 반응을 차단한 특수합금을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채민석 세아창원특수강 기술연구소장은 “여기서 생산된 소재가 우주항공용 초내열합금의 기초가 된다”며 “고청정·고균질 조직 없이는 엔진용 합금이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가열된 포신을 물로 냉각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세아)
 
2단조공장에 들어서니 대형 프레스 설비에 시각적으로 압도됐습니다. 굉음과 함께 검붉은 강괴를 9000톤의 압력으로 누르는 순간마다 겉에 묻은 검은 가루가 떨어져 나가며 시뻘건 속살을 드러냈습니다. 이 강괴는 식어 항공기 날개 구조물로 다시 태어납니다. 최초로 소재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세아창원특수강이 올해부터 브라질 항공기 제작사인 엠브라에르(EMBRAER)에 납품하기 위한 본격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세아가 우주항공·방산용 특수합금 소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기존의 플랜트·조선·중장비 중심의 전통 산업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특수합금의 생산 비중을 전략적으로 확대해 미래를 선도하는 ‘기술 중심형 소재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 중입니다. 
 
회사는 지난 2년간 우주항공·방산용 특수합금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R&D 투자를 2022년 184억원에서 지난해 326억원으로 약 77% 늘렸습니다. 그 결과 섭씨 1650도에서도 내열성과 내구성을 유지하는 초내열합금 기술을 국내 최초로 확보했습니다. 일반 고로의 온도(1500도)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국내 기술로는 처음 달성한 열적 안정성입니다. 니켈, 코발트 등을 주원료로 하는 초내열합금은 우주항공기 엔진, 발전용 가스터빈 등 극한 환경의 핵심 부품에 적용됩니다. 
 
단조 9000톤 프레스에서 특수강 소재 성형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세아)
 
금속의 결정결을 한 방향으로 정렬시키는 ‘단결정 정밀 주조용 모합금 제조 기술’ 고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초고온에서도 응력과 하중을 견디는 성질을 부여해 차세대 우주항공 엔진 소재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전망입니다. 
 
특히 주력 제품인 니켈계 특수합금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50% 고율 관세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세아는 현지 인증·공급망 대응 강화를 위해 미국 현지에 생산거점을 구축 중입니다. 총 2130억원을 투자해 미국 텍사스에 건설 중인 특수합금 전용 생산법인 ‘세아슈퍼알로이테크놀로지(SST)’는 내년 6월 완공될 예정입니다. 창원공장이 고난도 신소재 개발과 초기 양산을 담당하는 R&D 허브로서 기능한다면, SST는 세계 최대 우주항공·방산 산업 중심지인 북미에서 현지 인증 기준을 충족하고 고객 대응력을 확보하는 생산 거점으로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세아는 “특수합금의 핵심 원료인 타이타늄 생산설비 증설도 오는 2027년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이라며 “향후 3년간 창원공장과 미국 SST 생산설비에 약 4000억원 이상 투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창원=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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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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