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정부가 최근 미국과의 철강 관세 후속 협상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지원책을 내놨습니다. 정부는 철강업계에 4000억원 규모의 지원에 이어 외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조치 등을 진행했습니다. 업계는 정부의 이 같은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관세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협상 해결에도 끝까지 힘을 쏟아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25일 업계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이어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최근 미 통상당국과 잇따라 관세 협상을 진행했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국내 철강업계는 50%에 달하는 관세가 완화되길 기대했지만,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수입 철강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6월부터는 50%로 인상하며 관세 장벽을 높였습니다. 더불어 지난달 미 상무부는 철강·알루미늄을 사용한 파생제품까지도 관세 대상으로 확대했습니다.
이에 따른 피해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15만4993톤으로, 전년 동기(21만7309톤) 대비 28.7% 감소했습니다. 미국향 수출 물량이 15만톤대로 떨어진 것은 2023년 1월 이후 처음입니다.
정부는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은 데 대해 업계의 이해를 구하며, 미국 측과 관세 완화 협의를 이어가는 동시에 후속 대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장관은 19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를 방문해 국내 주요 철강 기업 사장단과 간담회를 열고 “철강 기업, 금융권, 정책금융기관이 함께 약 4000억원 규모의 지원 효과를 낼 수 있는 보증상품을 신설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기획재정부는 값싼 일본·중국산 열연강판으로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업계의 지적에 따라 지난 23일 잠정 덤핑 방지 관세 부과를 결정했습니다. 적용되는 관세율은 일본산 31.58~33.57%, 중국산 28.16~33.1%입니다. 덤핑 방지 관세는 외국산 제품이 정상가(수입국 국산품 판매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입돼 국내 산업이 피해를 볼 경우, 그 차액만큼을 부과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 관세입니다.
아울러 정부는 국회와 협의해 ‘K-스틸법(철강산업 진흥 및 탈탄소 전환 촉진을 위한 특별법안)’ 등 핵심 정책 과제가 입법화될 수 있도록 힘쓸 방침입니다. K-스틸법은 지난달 초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발의했으며, 철강산업 구조 재편, 수요 기반 확충, 녹색 철강기술 개발·전환 지원, 규제 혁신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습니다. 특히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5년 단위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습니다.
업계는 정부 지원책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금융 지원뿐 아니라 수출 다변화 지원과 수소 환원 제철 등 미래 전략을 포함한 중장기 대책도 마련된 점이 긍정적”이라며 “다만 대미 수출 관세 장기화로 인한 타격은 불가피하므로, 협상 해결에도 힘써달라”고 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