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글로벌 배터리 산업에서 합작(JV) 중심이던 생산 구조가 단독 공장 체제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정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지정학적 난관 속에서 자산 재편을 통해 수익성과 운영 효율을 동시에 개선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블루오벌SK 미국 테네시주 공장 전경. (사진=SK온)
14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지난 11일 포드와의 미국 합작법인 체제를 마무리하고 블루오벌SK를 각자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SK온이 테네시 공장을, 포드는 켄터키 1·2공장을 각각 독립적으로 소유·운영하게 됐습니다. 이로써 SK온은 미국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SKBA) 단독 공장에 이어 추가로 단독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 5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세 번째 합작공장인 ‘얼티엄셀즈 3기(LLC3)’를 인수해 단독 공장으로 전환했습니다. 기존 운영 중인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와 애리조나주 공장 포함하면, 북미 지역에 총 세 곳의 단독 공장을 운영하게 됩니다.
과거에는 완성차업체-배터리 기업 합작 공장을 세워 투자 부담과 시장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경쟁력이 높은 자산을 직접 확보하고 비효율 자산은 정리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변화한 것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사진=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업계가 북미 지역에서 단독 공장 확보에 나서는 것은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현지 생산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합작법인 체제에서는 파트너사를 제외한 외부 고객의 물량을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 역시 단독 공장 전환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완성차업체 외 고객을 대상으로 한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홀랜드에 위치한 단독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를 양산하고 있으며,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랜싱 공장에서도 ESS 생산 라인 구축을 준비 중입니다. SK온 또한 조지아주에 위치한 단독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생산을 추진하고 있으며, 테네시 공장의 일부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북미에 국한되지 않고 유럽과 중국 등으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LG화학은 최근 일본 도레이와 헝가리에 설립한 배터리 분리막 합작법인의 지분을 전량 확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SK온은 지난달 중국 배터리 업체 EVE에너지와 설립한 합작법인 SKOJ와 EUE의 지분을 교환해, SK온은 SKOJ를, EVE에너지는 EUE를 각각 단독으로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