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빨라진 인사시계)③SK, 조기 인사 초읽기…성과주의·책임론 교차

최태원 회장 경영 리스크 해소…조직 재정비 본격화
11월 초 CEO 세미나 앞두고 조기 인사 유력

입력 : 2025-10-27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23일 11:3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재계의 연말 인사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관세 압박과 수익성 둔화가 맞물린 상황에서 주요 그룹들은 발 빠른 조직 개편과 인재 재배치를 통해 위기 대응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과거 인사가 '성과 평가의 마무리'였다면, 올해는 '위기 대응의 출발점'으로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사업 리밸런싱·세대교체·리더십 전환'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안은 주요 그룹들의 인사 전략을 <IB토마토>가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SK(003600)그룹 정기 인사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12월 초 사장단 인사를 단행해 왔지만, 올해는 한 달 이상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내년도 사업 전략을 논의하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일정이 11월 초로 결정되면서 신임 사장단이 전략 수립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가 작용한 모양새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최태원 회장의 경영 리스크 해소와 맞물려 조직 재정비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과감한 리밸런싱과 함께 실적 회복이 시급한 상황에서 성과주의와 책임 인사 기조가 동시에 작동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SK)
 
조기 인사 신호…CEO 세미나 앞두고 빠른 정비 필요성 대두

23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통상 12월 첫째 주 사장단 인사를 실시해ㅍ왔으나 올해는 10월 말에서 11월 초로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다음 달 1일 종료되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인사 발표를 단행하겠다는 구상이다.
 
SK가 예년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배경에는 새로 구성될 경영진이 주요 경영 일정에 즉시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인사 시점을 앞당김으로써 내년도 사업 전략 수립을 조기에 가동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다음 달 6일부터 8일까지는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세미나'가 열린다. 그룹 내 최대 규모의 경영 행사인 CEO 세미나는 내년도 사업 전략과 투자 방향을 공유하는 SK그룹의 최대 행사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신임 사장단을 직접 전략 논의에 포함시켜 내년도 사업 구조조정을 조기에 확정하기 위해서는 인사 발표 시점이 세미나 이전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재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최태원 회장의 경영 리스크 해소와 맞물려 조직 재정비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대법원이 이혼 소송을 파기환송하며 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인사 시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최근 울산포럼에서 “인사 시기는 유동적”이라고 언급하면서 사실상 내부 검토 중이라는 얘기에 설득력을 얻고 있다.
 
SK그룹 한 내부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올해는 인사 발표 시점이 예년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리밸런싱과 책임론 교차…계열사 별 성과주의 인사 불가피
 
이번 인사의 최대 관심사는 3년 만의 부회장 승진 여부다. SK는 2022년 이후 부회장 승진자를 배출하지 않아 현재 부회장은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대표가 유일하다. 시장에서는 곽노정 SK하이닉스(000660) 대표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곽 사장은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을 주도하며 하이닉스를 그룹의 핵심 수익원으로 복귀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곽 사장은 기술 중심 경영으로 하이닉스의 위상을 회복시킨 주역”이라며 “성과 중심 인사 기조를 고려하면 부회장 승진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2023년 7조7000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23조467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반등에 성공했다. 증권가에서는 AI 서버용 D램과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폭증에 힘입어 올해 매출이 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고용량 서버 D램 중심의 수요가 하이닉스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최대 영업이익 62조원 달성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하이닉스를 제외한 계열사들은 각자 다른 고민을 안고 있다. 그룹의 효자였던 SK텔레콤(017670)은 대규모 해킹 사고 여파로 성과와 책임을 가르는 칼날 인사가 불가피하다. 고객 신뢰 회복과 서비스 안정화가 시급한 만큼 최고경영진 교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간 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096770) 역시 배터리와 정유 부문의 동반 부진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2조3725억원의 순손실에 이어 올 상반기까지 적자가 지속된 상태다. 흡수합병한 SK E&S와 자회사 SK온의 부채까지 떠안으면서 차입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SK그룹 측은 <IB토마토>에 “인사 일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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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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