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노인 일자리 사업이 100만개를 돌파하는 등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노인 일자리 사업을 담당하는 처우 문제는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양질의 노인 일자리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정규직 현실화·임금체계 등 근본적인 처우 개선이 필요하나 불안정한 고용,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다는 문제 제기입니다. 특히 노인 일자리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안전 전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위험 사업단 집중 관리와 안전등급제 조기 시행, 예산 확충 등 노인 일자리에 대한 전면적 재정비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28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 광장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을 찾은 어르신들이 채용 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질의 노인 일자리 확대에 '걸림돌'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자료를 종합하면, '복지'가 아닌 '위험 현장'으로 내몰린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됐습니다. 이날 남인순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노인 일자리 사업 담당자 6939명 중 정규직은 72명으로 1%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82%가 계약직으로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노인 일자리 사업 담당자 현황'에는 무기 계약직 1197명을 포함해도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은 전체의 18%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겁니다.
또 노인 일자리 사업 담당자의 임금은 월 209만7000원으로 최저시급 수준의 기본급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노인일자리 담당자 근로여건 실태조사(2024)'를 보면, 노인 일자리 담당자들이 이직 의사를 밝힌 주요 이유로 38.9%가 '보수가 낮아서'를 꼽았습니다.
'고용 불안정'은 25.2%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노인 일자리 사업 규모는 2020년 74만개에서 2025년 109만8000개로 양적 성장을 이룬 상황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노인 일자리 담당자들의 불안정한 고용과 열악한 처우로 인해 양질의 노인 일자리 사업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남인순 의원은 "양질의 노인 일자리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노인 일자리 담당자의 정규직 배치 기준 현실화와 경력에 따른 임금 체계 마련 등 근본적인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28일 남인순 민주당 의원실이 노인인력개발원에서 제출받은 '노인일자리 안전사고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노인 일자리 사업량 증가에 따른 안전사고 발생 건수는 2021년 2985건에서 지난해 4036건으로 급증했다. (사진=뉴시스)
끊이지 않는 '사고'…안전 전담 '공백'
끊이지 않고 있는 노인 일자리 안전사고도 문제로 지목됩니다. 노인인력개발원의 '노인일자리 안전사고 발생 현황'을 보면, 노인 일자리 사업량 증가에 따른 안전사고 발생 건수는 2021년 2985건에서 지난해 4036건으로 급증했습니다.
노인 일자리 참여자 평균 연령은 77.6살로 신체 기능 저하로 골절 등 안전사고가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는 게 남 의원의 지적입니다. 골절 사고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4년간 연평균 2018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사망사고는 같은 기간 연평균 25.5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실이 누적 5년간 부상자를 분석한 결과, 시니어클럽에서만 5509건(전체의 3분의 1 이상)이 집중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원주시니어클럽(부상 107건·사망 2건), 부평구노인인력개발센터(84건), 진도군청(83건) 등 일부 기관의 경우 매년 반복적인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장수시니터클럽(부상 26건·사망 4건) 등 일부 수행 기관은 사망사고가 반복하는 등 관리 체계 부실이 지적됐습니다. 노인인력개발원은 사고 증가 원인으로 2020년 74만개에서 2024년 103만개로 늘어난 사업 확대를 꼽았습니다. 또 참여자 고령화(평균 77.6세)와 안전관리 인력 부족도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현행법상 사업 유형별 1인 이상의 안전 전담 배치가 의무화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행정 담당자가 안전 업무를 겸직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1명이 100~150명의 어르신을 관리하며 모집·선발·임금 지급 업무와 안전 점검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인인력개발원 측은 전체 수행 기관(1359개소) 운영을 위해 총 2639명의 안전 전담 인력이 필요하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그러나 내년 정부 예산으로 확보된 인력은 613명에 불과합니다. 소 의원은 "고위험 사업단 집중 관리, 안전등급제 조기 시행, 예산 확충 등 전면적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28일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부터 2025년 9월까지 6년간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 판정(1~5등급, 인지지원등급 포함) 이력이 있는 인원 829명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다. (사진=뉴시스)
빈곤 심각성…요양 포기 '일자리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어 돌봄이 필요한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 판정 이력자가 등급을 포기하고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현상도 문제로 꼽았습니다. 치료와 돌봄을 받아야 할 노인들이 무리를 하면서 노인 일자리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노인 빈곤 문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는 지적입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의 분석 내용을 보면,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장기요양보험 등급 판정 이력자 829명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등급별로 보면 4등급(45.7%)과 5등급(22.7%), 인지지원등급(23.3%) 등 경증 이력이 9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1~2등급의 중증 노인 10명도 일자리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참여자의 63.4%는 80세 이상 초고령층으로 건강·안전 위험이 매우 높다는 설명입니다.
김 의원은 "국가의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이 생계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며 일자리로 내몰리는 현실은 복지·노동 정책의 구조적 엇박자를 보여준다"며 "기초연금 강화와 더불어 일자리 선발 시 객관적인 건강·안전 평가 지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8일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부터 2025년 9월까지 6년간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 판정(1~5등급, 인지지원등급 포함) 이력이 있는 인원 829명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