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이재명정부가 자립화에 머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전략의 체질을 '대응형'에서 '선제 혁신형', '글로벌 주도형'으로 전환합니다. 보호무역주의 회귀 등 전환기적 글로벌 산업 환경 변화와 맞물려 윤석열정부 때 둔화세로 돌아선 소부장 경쟁력을 기술·생태계·공급망 구조로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입니다.
14일 소부장 경쟁력강화 위원회의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2026~3030)을 보면, 핵심 키워드는 단순한 자립화를 넘어선 '체질 전환'으로 읽힙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산업 대전환 대응과 궤를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4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20년 일본 수출규제를 대응하기 위한 1차 기본계획이 자립역량 확충으로 이어져 왔다면 글로벌 산업 환경 변화의 중대 갈림길에 사실상 '2기 전략'인 셈입니다. 앞서 산업연구원 측도 소부장 정책을 국가첨단전략산업과 소부장 간 정책 및 거버넌스 통합·연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습니다.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현재 소부장 기업의 총매출액은 2022년 1144조원에서 2023년 1077조원으로 감소한 상태입니다. 같은 기간 수출액도 3745억달러에서 3341억달러로 11%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시장 선점형(첨단제품 초혁신), 시장 전환형(범용→스페셜티 제품), 규제 대응형(탄소중립), 공급망 확보형(핵심광물 대체·재활용) 등 4대 도전 혁신기술에 연구개발(R&D) 투자를 집중합니다.
또 AI 기술을 R&D에 결합하면 개발기간 단축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현재 430만 건인 소재 데이터는 2030년까지 1500만 건으로 확대합니다. 공공 AI 소재개발 모델을 민간에 개방합니다. 5대 한계 돌파형 신소재 프로젝트도 추진합니다.
소부장 핵심기술 보유 으뜸기업에 대해서는 200개로 두 배 더 확대하고 세계 최초·최고 기술 확보를 위한 '슈퍼 을 프로젝트'도 15개 이상 추진(프로젝트당 200억원 이상 투자)합니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4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위원회에 참석해 안건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시장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한·미 조선 협력, 인도 반도체 프로젝트(ISM) 등 주요국 산업 프로젝트와 연계한 맞춤형 수출 전략을 추진합니다. 내수 부문은 공공이 먼저 '선도 투자자' 역할을 맡게 됩니다. AI·양자·방산·재생에너지·항공·드론 등 5대 핵심 분야의 국산 소부장을 우선 구매하고 군 특화 테스트베드 등을 통한 기술 실증을 지원하는 식입니다.
생태계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는 '수요-공급기업 협력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1대 1 협력에서 벗어나 다수 수요기업과 다수 공급기업이 동시에 참여하는 '개방형 협력모델'입니다. AI 기반 데이터 공유 협력과 지역 전략산업 중심의 지역 주도형 협력도 추진합니다.
아울러 반도체 유리기판, 고체전해질 등 차세대 전략품목별로 생태계 내 모든 기업이 참여하는 '10대 완성형 협력모델'도 구축합니다. 기존 단기적 사업 중심 접근의 한계와 신규기업·연구기능 유치를 위한 구체적 수단 부족, 단지 내·외 기업 간 협력을 위한 프로그램·구심체 부족, 지역 반영이 어려운 중앙정부 중심의 추진체계를 보완키로 한 겁니다.
소부장 특화단지의 경우 10곳을 추가 지정하고 기존 10개 단지는 지역 특성에 맞게 고도화합니다. 특히 '5극3특(산업벨트 5극, 3대 특구 연계)'을 뒷받침할 3기 특화단지는 내년 신규 지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산화 과제를 해결하는 제조기반에 머물지 않고 '기술 선도→공급망 주도→생태계 자립'이라는 신 핵심 과제에 고무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다만, 정책 나열이 아닌 실질적 실행과 체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체계 마련 등 성과 연결을 위한 지속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지난 22일부터 3일간 열린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주최 '소재·부품·장비 양산성능평가지원사업 수요-공급기업 교류의 날 행사'에 한 기업 관계자가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산업기술진흥원)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