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0.9%의 나라' 항로를 묻다

여러 기관 전망치, 종합 0.9% 내외
구조적 제약·불확실성 '잿빛 항로' 신호
APEC 전략적 항로로…전략적 입지 확보해야
"국제 경제 협력, 안정적 교역·투자 확보"

입력 : 2025-10-2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국내외 주요 기관의 전망을 종합하면, 한국의 2025년 성장률은 평균 0.9% 수준에 머물 전망입니다. 최근 발표된 전망치 중 9월 시점부터 정리하면 국회 예산정책처 1.0%, 한국은행 0.9%, 산업연구원 0.9%, 국제통화기금(IMF) 0.9%, 아시아개발은행(ADB) 0.8%, UBS 0.9%, 노무라 0.8%, iM증권 1%로 이들의 단일 전망 평균값은 0.9%에 머물러 있습니다.
 
세계 경제의 2025년 성장률 전망치는 기관별로 상이하나 평균 예측치는 3% 내외입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도 4% 중후반대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확연히 낮습니다. 장기침체를 겪어온 일본보다 낮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시민들이 출근길에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0.9%의 나라'라는 수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구조적 제약과 글로벌 불확실성을 반영한 잿빛 항로의 신호로 봐야합니다. 한국경제의 저성장은 보호무역주의, 지정학적 갈등, 원자재·에너지 가격 변동 등 단기적 불확실성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반도체 등 특정 산업에 집중된 수출 의존형 산업 구조, 가계부채·고금리로 소비 여력이 여전히 제한적인 내수 침체, 고령화·노동력 감소·생산성 둔화 등 구조적 요인이 총망라해 있죠.
 
아시아와 태평양 연안 국가들이 모여 자유 무역과 경제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설립한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의 구조개혁 장관회의에서 구윤철 기획재정부 부총리가 강조한 말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 인구 구조 변화 등 글로벌 구조적 전환입니다.
 
말처럼 쉽게 풀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한국경제가 직면한 도전과제인 것처럼 속내는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은행(WB)은 2020년대 세계경제 성장률이 2027년까지 평균 2.5%로 1960년대 이후 가장 낮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기술·인구·정책의 변화가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진단이었죠.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저성장과 기술·인구 구조 전환 속에 놓인 한국경제는 단기 대응만으로는 항로를 잡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APEC 구조개혁 장관회의 개회사에서 강조된 바와 같이 새로운 성장 동력과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한 구조개혁은 시대적 책무이자, 항로 재설계의 필수 조건입니다.
 
때문에 기업환경개선(EoDB) 행동계획 시행, 5개 핵심 분야(시장진입·금융서비스·사업입지·시장경쟁·분쟁해결) 역내 20% 개선 목표, AI·디지털 기술 활용, 안전한 AI 생태계 조성, 회원별 전략과 역내 협력 강화, 청년·고령층 일자리 확대, 역량 강화·재교육, 사회 안전망 강화 등을 핵심과제로 꼽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단순 회의체로 끝나기 보단 글로벌 협력, 교역 확대, 투자 유치, 공급망 다변화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즉, 협력과 경쟁의 플랫폼이 글로벌 패권 경쟁 속 전략적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이를 더해 기술, 교육, 문화 교류까지 포함한 문화·문명적 연결망은 잿빛 전망 속에서도 희망의 단초이자, 문화·경제 융합의 항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바다는 단순한 경제 교류의 무대가 아니라 문명과 문화의 교차로였습니다.
 
 
지난 6월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선이 접안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 항로는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경제 성장과 문화적 가치의 방향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역사적 지혜와 현대적 전략이 만나야만, 0.9%라는 낮은 성장 속에서도 새로운 항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바다는 인류 역사에서 늘 그랬듯, 교역과 확장의 통로인 동시에 충돌과 갈등의 무대였습니다. 이는 21세기에도 변함없습니다. 과거 고려와 조선의 수군이 외세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개발한 군선과 화포처럼 말이죠.
 
수군진을 세워 나라를 지켰던 발자취는 오늘날 글로벌 강국의 패권 경쟁과 세계 무역 불확실성이라는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는 대한민국에 중요한 교훈을 제시합니다. 
 
 
지난 9월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공지능 페스타 2025에서 참관객들이 AI 법률 특화 플랫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경제호가 직면한 과제는 명확합니다. 첨단 산업 안정적 생산, 내수 회복 등 단기적 대응과 기술혁신 투자, 디지털·친환경·해양 신산업 육성 등 중장기 전략입니다.
 
더욱이 APEC 등 다자협력 플랫폼에서 공급망, 디지털 무역, 친환경 경제 리더십 확보 등 문화적 통찰과 경제 전략을 결합한 항로 재설계가 전략적 과제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0.9%라는 현실은 엄중하지만, 국제 협력과 혁신 전략이 만나면 새로운 항로는 충분히 열릴 수 있습니다.
 
 
지난 9월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공지능 페스타 2025를 찾은 참관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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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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