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잇따라 '뷰티 PB(Private Brand·자체 브랜드)'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식품 중심의 PB에서 벗어나 높은 마진율과 브랜드 독점성을 갖춘 화장품으로 눈을 돌리며 플랫폼의 새 성장 동력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데요.
29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는 최근 파트너사와 협업하는 '상생형 PB 모델'을 도입해 10·20대 맞춤형 화장품 브랜드를 선보였는데요. PB 제품만 모아볼 수 있는 'PB 전용관'을 신설하고 10만명의 셀플루언서(Sell-fluencer) 네트워크를 활용해 MZ세대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쿠팡은 자회사 CPLB를 통해 프랑스 브랜드 '엘르 파리스'의 스킨케어 라인을 PB 형태로 선보였으며 무신사도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와 신규 브랜드 '위찌(whizzy)'를 상표 등록하며 뷰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화장품 판매 코너. (사진=연합뉴스)
컬리 역시 PB 출시를 준비 중인데요. 뷰티컬리 플랫폼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한 컬리는 최근 뷰티 PB 상품 기획과 전담 인력 채용을 진행하며 사업 확대를 예고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기존 식품 중심의 PB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이제는 고객 기반과 유통 역량을 활용해 뷰티 PB로 수익성을 높이는 질적 성장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뷰티 PB는 유통업체가 직접 제조하기보다 전문 제조사에 생산을 맡기고 자체 브랜드로 유통하는 구조인데, 플랫폼이 자사 PB 제품을 주요 노출 영역(골든존)에 우선 배치하면 판매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PB 브랜드는 플랫폼을 통한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하면 해외 시장 진출도 가능하다"며 "단순히 국내 한정 모델이 아닌 플랫폼 중심형 K-뷰티 확장 모델로 발전할 잠재력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패션·커머스 플랫폼들의 뷰티 PB 진출은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성장 전략"이라고 평가했는데요. 그는 "국내 화장품 제조 인프라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높아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가격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기 용이하다"며 "최근 소비자 트렌드인 가성비 중심 소비에 최적화된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가성비 전략은 진입 장벽을 낮추지만 장기 수익성은 낮아질 수 있다"면서 "브랜드 신뢰와 품질 관리가 동반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밝혔는데요.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국가별 규제·성분 인증 절차가 까다롭고 인종별 선호 제형이 달라 국내 모델을 그대로 확장하기는 어렵다"며 "국내에서 브랜드 신뢰를 확보한 뒤 점진적으로 해외를 노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뷰티 PB 시장 진출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플랫폼의 브랜드 이미지와의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쿠팡처럼 상품 구성이 광범위한 종합몰은 소비자가 쿠팡 뷰티 브랜드를 어색하게 느낄 수 있다"면서 "단순히 기존 브랜드명에 뷰티를 붙이기보다 서브 브랜드나 별도 네이밍을 통해 차별화된 정체성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무신사·에이블리 등 패션·라이프스타일 감성이 확립된 플랫폼은 뷰티 PB 확장 시 소비자 거부감이 적고, 브랜드 일관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흐름을 K-뷰티의 유통 중심이 브랜드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전환점으로 내다봤는데요. 플랫폼이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면서 시장 반응에 즉각 대응하는 '데이터 기반 PB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종우 교수는 "결국 플랫폼의 경쟁력은 고객 데이터와 접근성에서 나온다"며 "앞으로는 어디서 사느냐보다 어디가 만들었느냐가 소비 선택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전문가들은 품질 관리와 지속가능성 확보를 뷰티 PB의 핵심 과제로 꼽았는데요. 이은희 교수는 "플랫폼이 곧 브랜드로 인식되는 시대에는 하나의 제품 품질 이슈가 플랫폼 전체 신뢰를 흔들 수 있기에 비건·친환경 포장·윤리적 생산 등 지속가능성 이슈는 필수 조건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