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제안 하루 만에 '핵잠 속전속결'…인·태 '게임체인저'

트럼프 "필리조선소서 건조"…원자력협정 개정 가닥
중 외교부 "한·미, 핵 비확산 의무 성실 이행해야" 반발

입력 : 2025-10-30 오후 5:21:05
[경주=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인도·태평양 지역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건조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깜짝 역제안' 하루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답하면서 대한민국도 핵추진잠수함 보유국에 한발 다가섰습니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이자 우리 군의 숙원 사업을 이룬 쾌거로 평가받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방위비↔핵잠 '직거래'…대중 견제도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미 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며 "그것에 기반해 나는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승인' 발표는 이 대통령의 요청 하루 만에 이뤄진 답변입니다. 이 대통령은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깜짝 요청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이 같은 요청을 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만 이 대통령의 해당 요청은 계획된 발언입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말 첫 정상회담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잠수함 관련 내용을 설명한 바 있습니다. 
 
애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관세 협상이 주를 이룰 것으로 관측됐는데요. 이 대통령은 '안보'에 초점을 맞추며 회담 의제를 이끌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져 북한이나 중국(쪽) 잠수함에 대한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면서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시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 한반도 해역의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전 세계 우방국에 방위비 인상을 직접 압박해왔습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자주국방'을 고리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 군의 숙원 사업을 역제안했습니다. 방위비를 인상하고, 핵추진잠수함을 얻어내는 '딜'에 나선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이라고 언급한 건, 핵추진잠수함의 연료 공급을 위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등이 필요한 영향입니다. 
 
핵추진 잠수함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에서 건조될 예정입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 필리 조선소를 인수했고, 관세 협상 과정에서도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으로 떠오른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놓고 "미국의 조선업은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조선소로 특정해서 직접 언급한 건 대중 견제 차원으로 해석됩니다. 지난 14일 중국 상무부는 자국 기업과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 목록에 한화오션 등 5개 기업을 올린 바 있습니다. 이는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해양 패권에 대한 중국의 견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핵잠 보유 단 6개국…현대전 '핵심'
 
핵추진잠수함 도입은 지난 30여년간 우리 정부의 숙원 사업으로만 남아 있었습니다. 한·미 원자력 협정상 핵연료를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탓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했지만 소형원자로, 농축우라늄 등 미국 측의 기술·연료 지원이 필요하다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향후 한·미 양국은 원자력 협정 개정을 통해 협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이 대통령의 깜짝 제안과 트럼프 대통령의 속전속결 화답이 나온 건,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배경에 의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북한은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 확보를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재래식 잠수함은 디젤 엔진을 동력원으로 삼습니다. 연료의 양이 제한적인 만큼 잠항 기간도 길지 않은 데다 잠항 속도 역시 떨어져 북한의 잠수함 대응에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핵추진잠수함을 확보하게 되면 잠항 기간에 물리적 제한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며, 재래식 잠수함에 비해 잠항 속도도 배로 높습니다. 게다가 사실상 무제한으로 심해에 있으면서 적국에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적의 항공모함 등을 타격할 수 있어 현대전의 핵심 무기이자 '게임체인저'로 꼽힙니다. 
 
현재 핵잠수함을 보유, 운용하는 국가는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인도 등 6개국에 불과합니다. 다만 이로 인해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에서 사안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과제도 있습니다. 실제로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가 핵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길 바란다"며 "지역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는 일을 하기를 바란다"고 견제구를 날렸습니다. 호주 역시 중국의 해양 진출 움직임을 견제하는 상황에서, 지리적으로 훨씬 가까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에 경계감을 높인 겁니다. 
 
경주=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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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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