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1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주=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본무대가 막을 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부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까지 외교·경제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했습니다. 특히 젠슨 황 CEO의 선물 보따리가 'GPU 26만장'으로 공개되면서 인공지능(AI) 강국 도약의 판을 깔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APEC 정상회의 개막…"협력과 연대가 해답"
 
이 대통령은 31일 경북 경주 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제1세션 개막에 앞서 21개 회원국 정상 영접으로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시 주석과 첫 만남을 가졌는데요.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오는 길에 불편하지 않으셨나"라고 물었고, 시 주석은 "황남빵 맛있게 먹었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통령실은 중국 대표단에 경주 황남빵 200상자를 선물했습니다. 다만 이날 시 주석이 15분가량 지각했는데, 우리 외교부는 "중국 차량 행렬은 후임 의장국에 대한 예우상 뒤에 도착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중 정상회담은 다음 날인 11월1일 진행 예정입니다. 한편 미국 측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귀국에 따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대신 참석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1세션 개회사에서 "우리 모두는 국제질서가 격변하는 중대한 변곡점 위에 서 있다"면서 "협력과 연대만이 우리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끄는 확실한 해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고대 신라 왕국은 나라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이견을 조율하는 화백회의가 열렸다"며 "화백 정신은 일치단결한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화음의 심포니를 추구하며 조화와 상생의 길을 찾는다"고 소개했습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ABAC(기업인자문위원회)과의 대화' 오찬 행사에서는 "지난 6월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만들겠다고 우리 국민들께 약속했다"며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정비하고, 미래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한국 경제는 성장과 도약을 이뤄낼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APEC 정상회의 장소인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접견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현 시점 AI 세계 3강"
 
오후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젠슨 황 CEO와의 만남이었습니다. 엔비디아는 이 자리에서 최신 AI 반도체 설계가 적용된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한국 정부에 5만장, 삼성·SK·현대차에 각각 5만장, 네이버클라우드에 6만장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그 숫자면 현 시점 기준으로 봤을 때 세계 3강"이라며 "(AI 발전의) 굉장히 중요한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엔비디아는 "한국은 AI에 관해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역량을 두루 갖춘 나라로, 특히 '제조 AI' 분야에서는 한국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공급 배경을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AI 3대 강국'과 'AI 기본사회'를 (목표로 삼아) 기술 개발과 인프라 확충에 힘쓰고 있다"며 "한국이 AI 글로벌 강국이 될 수 있도록 엔비디아가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만나 코스피 4000 포인트 돌파를 언급하며 경제 침체를 딛고 활성화 국면에 들어갔다고 했습니다. 
 
이에 게오르기에바 총재도 "여러 지표로 볼 때 한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으며, 이런 흐름이 이어져 내년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는 한국 시장을 '매력적 투자처'로 키우겠다고 밝힌 이 대통령의 세일즈 활동입니다.
 
각국 정상들과의 연쇄 회담도 이어졌습니다. 칼리드 빈 무함마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자와 만나 "UAE가 중동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며 "UAE는 한국의 아주 강력한 전통적 우방국으로, 왕세자님의 방한을 계기로 관계가 한층 더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양국은 국방·방산 분야뿐 아니라 첨단기술 분야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등과도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경주=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