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전단지 보고 달려왔어요."
지난 31일 오전 서울의 한 이마트 매장 입구는 평일 오전답지 않게 북적였습니다. 행사 전단을 든 손님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장바구니엔 계란·한우·멸치가 빠짐없이 담겼는데요. 계산대에는 10여명씩 줄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서울의 한 이마트 매장 입구. (사진=이지유 기자)
대형마트 3사는 일제히 대규모 할인전 경쟁에 돌입했는데요. 이마트의 '쓱데이', 롯데마트의 '땡큐절', 홈플러스의 '블랙 홈플런'이 있습니다. 세 곳 중에서도 이마트가 가장 붐볐고 그다음은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비교적 여유로운 분위기였지만 공통 분모는 불황 속에서도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린 것입니다.
이날 방문한 이마트는 '쓱데이'를 맞아 대표 상품을 대폭 할인하고 있었습니다. 햇 멸치 450g 1만4980원→9980원, 동물복지란 30구 1만2980원→8980원, 브랜드 한우 전 품목 40% 할인 중이었죠. 과일 코너에서는 홍시 1.5kg 박스가 1만2980원에서 7980원, 샤인머스켓 2.5kg 박스가 1만5980원에서 1만980원으로 내려갔습니다.
서울의 한 이마트 내부 모습. (사진=이지유 기자)
주부 김모(43)씨는 "요즘 장보기가 겁나는데 한우가 반값 할인하니 오늘만큼은 가득 샀다"고 말했습니다. 매장 직원은 "올해는 체감 물가 부담 때문인지 고객들로 붐빈다"며 "계란, 한우, 생필품 순으로 잘 팔린다"고 귀띔했습니다.
이날 오전부터 정오까지 둘러본 결과 이마트는 입구부터 계산대까지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요. 인기 품목은 오전에 이미 일부 품절. 주차장 출입 대기 차량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이마트만큼은 아니지만 3일 방문한 롯데마트도 평일치고는 상당한 인파가 몰렸습니다. 특히 고기 코너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는데요. 한우 등심 한 팩 4만1354원→2만667원, 한우 안심 한 팩 2만3980원→1만1990원, 반값 행사가 단연 인기였습니다.
서울의 한 롯데마트 내부 모습. (사진=이지유 기자)
수산 코너에서는 파타고니아 생연어 필렛(500g) 50% 할인 1만7900원, 참치캔 1+1 행사가 눈에 띄었는데요. 농산 코너에서는 양파 한 망 4990원→3992원, 햇밤 고구마 100g당 329원으로 가격을 낮췄습니다.
주부 정모(35)씨는 "요즘 외식비가 너무 올라 고기를 무조건 집에서 굽는다"며 "마트 가격이 비싸서 잘 안 왔는데 반값이라 냉장고 채우러 왔다"고 전했습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매일 하루 특가 품목을 바꿔 운영 중"이라며 "행사 때문인지 외국인 고객들로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정육 코너. (사진=이지유 기자)
홈플러스는 세 곳 중 상대적으로 여유로웠는데요. 그러나 장을 보는 손님 대부분이 필수품 중심으로 움직였습니다. 홈플런 행사에서는 밤·호박고구마 1.5kg 박스 6993원→4995원, 새송이버섯 600g 팩 5980원→2990원, 깐마늘 700g 7992원→5994원으로 판매되고 있었는데요. 과일 코너에서도 단감 1개 1240원→990원, 반시 한 팩 5990원→3990원으로 할인됐습니다.
60대 주부 박모씨는 "요즘 과일값이 너무 비싸 반시 같은 건 잘 못 샀는데, 오늘은 마음 놓고 담았다"며 "장바구니 부담이 큰 시기인 만큼 합리적인 가격 행사가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의 한 롯데마트 내부 모습. (사진=이지유 기자)
세 마트 모두 오랜만의 북적임을 보였지만 일부 소비자들의 지갑은 여전히 닫혀 있기도 했습니다. 한 소비자는 "반값 정도 할인을 해줘야 살 마음이 든다"며 "사실상 반값이라 하더라도 여러가지 품목을 담다 보면 10만원은 무조건 넘어가게 되니 부담은 크다"고 말했습니다.
불황이 길어지며 소비자들은 가격에 더욱 민감해진 것인데요. 소비자들은 "예전엔 행사라는 말만으로도 구매로 이어졌지만, 지금은 실제 체감 할인 폭이 커야 움직이고 있다"며 "대형마트들이 실질 물가에 맞춘 제품들을 계속해서 선보이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