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경북 포항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정비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 유해 기체로 추정되는 물질을 흡입해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올해 들어 연이은 산업재해 이후 안전관리 강화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몇 달 만에 또다시 중대 재해가 발생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사고의 근본 원인이 외주화 구조에 있다며, 근본적 개선 없이 현재의 대책은 형식적 안전관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 포스코 포항제철소. (사진=연합뉴스)
5일 경찰과 포스코 측에 따르면 오전 9시 무렵 스테인리스 압연부 소둔산세공장에서 외주업체(포스코DX) 소속 다수의 노동자들이 기기 수리 사전 작업 도중에 미확인 기체를 흡입했습니다. 이 사고로 50대 노동자 1명이 이송 도중 숨졌습니다. 나머지 3명은 신체 일부에 화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 측은 사고 발생 2시간 뒤인 오전 11시14분쯤에야 소방당국에 발생 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신고 지연 경위를 포함해 사고 당시 작업 환경·보호구 착용 여부 등 안전 조치 이행 상황을 확인하고 정확한 원인을 규명할 방침입니다.
포소코그룹에서는 이번 사고를 포함해 올해에만 6건의 사망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지난 7월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집진기 배관 철거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3명이 발판 구조물이 붕괴하면서 추락해 1명이 사망했습니다. 건설 계열사인 포스코이앤씨에서는 지난 1월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4월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4월 대구 주상복합 추락사고, 7월 의령 고속국도 공사 사망사고 등 4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포스코그룹은 대책 마련에 나선 바 있습니다. 지난 7월 안전관리 혁신 계획을 발표하고 장인화 회장 직속 ‘그룹 안전특별진단 TF’를 출범시킨 것입니다. 이후 9월에는 회장 직속의 안전·미래 신사업·커뮤니케이션 3개 분과로 구성된 ‘안전혁신·미래전략 자문위원회’를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도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위험이 외주화 구조를 통해 하청·협력사로 그대로 전가되는 것이 근본 문제이며, 이번 신고 지연도 책임 분산의 전형적 결과”라며 “외주 의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이후 대처는 형식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