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중동이 노후 장비 교체 수요 확대와 국방비 증액 흐름을 타고 글로벌 방산업계의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내 방산 기업들 역시 중동을 핵심 성장 시장으로 보고 현지화·기술이전 패키지 전략 등을 앞세워 수주 기회를 넓히는 모습입니다. 다만 주요 방산국들과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교적 협력 채널을 공고히 하고 한국 제품의 차별성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중동 사막을 달리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6일 한국수출입은행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주요 6개국(이집트, 사우디, 이란, 이스라엘, UAE, 이라크) 전략 자산 8440기 중 약 70%가 교체가 필요한 상황으로, 역내 지정학적 긴장감이 지속됨에 따라 교체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체 비용은 약 687억달러(95조원)로 알려졌습니다.
중동 방산 시장의 성장세는 장기적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중동은 이웃국 간 갈등과 내부 반군 위협이 누적되며 안보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에 GDP 대비 국방비 비중과 증가율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국방비는 2033년까지 연평균 5.1%의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더불어 각국이 방산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기술·제조 역량 제약으로 인해 무기 수입 증가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에 중동은 글로벌 방산 기업에게 ‘기회의 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중동의 현지화 기조에 맞춰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을 총괄하는 해외 법인을 신설했습니다. 더불어 최근에는 사우디 국가방위부와 합작법인 설립을 협의 중입니다. LIG넥스원 역시 사우디 현지 사무소를 확장 이전하며 중동 시장 공략 강화에 나섰습니다. LIG넥스원은 사우디 사무소를 중심으로 전담 사업·연구 조직을 운영하고, 맞춤형 솔루션 제안과 현지 특화 연구개발, 사후관리 서비스를 통해 신뢰를 구축해 나갈 예정입니다.
현대로템은 운용국 환경에 맞춘 무기 현지화와 기술 이전을 결합한 ‘패키지 지원’ 전략으로 중동에서 입지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단순 전차 판매를 넘어 구난·교량·탄약 운반 차량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솔루션’을 제시하는 방식입니다.
송방원 우리방산연구회 회장(건국대 방위사업학과 겸임교수)는 “지정학적 안보 위기와 미국에 대한 신뢰 저하로 중동 지역에서 우리 방산 수출 기회가 열리고 있어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면서도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중국과도 경쟁해야 해 더 치열하다.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외교적 동맹 강화와 함께, 우리만의 차별성을 분석해 의사결정자에게 명확히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