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석유화학업계 최초의 사업재편안을 이번주 확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지부진하던 석유화학 구조조정 논의가 첫 결실을 맺으면서, 정부가 제시한 연말 시한에 맞춰 업계 전반의 재편이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모습. (사진=롯데케미칼)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이번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대산 산단 내 석화 설비를 통폐합하는 내용의 사업재편안을 최종 승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사회 의결 이후에는 관련 부처 및 기관에 확정안을 제출하고 발표 일정, 진행 방식 등 후속 절차를 조율할 예정입니다. 지난 8월20일 석유화학 기업 10곳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 협약을 체결한 이후 구체적 재편안이 확정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재편의 핵심은 롯데케미칼이 대산 공장의 NCC 설비 등을 현물로 출자해 HD현대케미칼로 넘기고, HD현대케미칼이 현금을 투입해 합작법인을 설립한 뒤 양사 지분을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HD현대케미칼은 HD현대오일뱅크가 60%, 롯데케미칼이 40%를 보유하고 있으나, 합작사에서는 두 회사의 지분율이 거의 동일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정부는 첫 사업재편 사례가 마련된 만큼 관계부처 합동으로 합의안 이행을 위한 지원 방안을 신속하게 확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설비 통폐합에 따른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심사나 세제 이슈 등이 주요 검토 대상입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업결합을 통해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을 만드는 결합은 제한되지만, 석화업계 구조조정이 긴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관련 규제 유예가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가 연말까지 재편안 제출을 요구한 상황에서 기업들 사이에서는 지원 대상에서 밀리지 않을까 압박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이 마지막 기회로, 연말까지가 골든타임”이라며 “업계가 이번 골든타임을 허비한다면 정부와 채권금융기관도 조력자로만 남기는 힘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사업재편을 먼저 추진하는 산단과 기업에는 더 빠른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산 산단에서 첫 구조조정안이 구체화되면서 여수와 울산에서도 추가 행보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울산에서는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에쓰오일 3사가 외부 컨설팅을 통해 자문을 받기로 협약을 맺고 재편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여수에서는 LG화학이 GS칼텍스에 여수 NCC 매각 및 합작사 설립을 통한 NCC 통합 운영안을 제안했지만, 후속 진전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롯데케미칼과 여천NCC 통합안 역시 여천 NCC 공동 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간 이해관계 조율이 선행돼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NCC를 가장 크게 보유한 기업이 LG화학과 롯데이고, 나머지 기업들은 설비가 작고 노후화돼 있다”며 “주요 기업인 롯데가 재편에 나선 만큼 다른 기업들도 감축 방식을 참고해 따라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연쇄적으로 재편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