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줄고 에너지·건설 늘고…재계 부채비율 ‘격차’

한화·LS·현대차 등 부채 비율 150% 넘어
삼성전자·하이닉스, 차입금보다 현금 많아

입력 : 2025-11-24 오후 3:57:5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주요 그룹의 부채 관리 능력에 격차가 커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에 따른 반도체 업황 호조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순현금 기조로 돌아선 반면 건설·에너지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의 재무 체력은 약화한 모습입니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부채 증가의 원인은 여러 가지라면서도 부채비율이 200%가 넘을 경우 수익성 둔화를 비롯해 금리 인상 국면에서 이자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을지로 마천루 전경. (사진=뉴시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농협 제외) 상위 30곳의 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 부채 총액은 1169조4264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말에 견줘 3.8% 증가한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평균 부채비율은 115.02%에서 115.23%로 0.2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기업의 안전성과 유동성을 판단할 수 있는 부채비율은 상환해야할 타인자본에 대해 자기자본이 어느 정도 마련됐는지를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 중 하나로, 통상 150% 이하일 경우 우량한 수준으로 보며, 200%를 넘기면 재무건전성이 취약하다고 평가합니다. 
 
부채총액, 전년 대비 4% 증가 
 
국내 30대 기업 가운데 부채비율이 150%가 넘는 기업은 12곳에 달합니다.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미래에셋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는 미래에셋캐피탈로, 1215%에 달합니다. ‘무늬만 캐피탈사’라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신 전문업 고유 업무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외부 자금 조달과 자산 운용을 확대한 결과입니다.
 
여전사 특유의 사업구조상 높은 부채비율을 가진 미래에셋캐피탈을 제외하고 보면 한화의 부채비율이 두드러집니다. 한화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516.3%로 집계됐습니다. 별도 기준으로 봐도 230%로 작년 말(194%) 수준을 웃돌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말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하면서 건설부문 부채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현재 한화는 건설, 글로벌 등 자체 사업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을 보면 건설 부문이 약 6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맞물린 상황에서 한화의 대형 해외 프로젝트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BNCP) 사업 재개까지 지연되며 성장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건설부문 대표이사로 김우석 전략부문 재무실장을 선임하며 체질 변화를 꾀한다는 방침입니다.
 
LS의 부채비율은 작년 말 198.3%에서 올해 3분기 208%로 올랐습니다. 지난해 LS증권(옛 이베스트투자증권)을 편입하는 과정에서 차입금이 대거 늘어난 까닭입니다. 현재 LS는 증손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이하 ES)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재무건전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이태호 L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0일 기업설명회에서 “부채 조달을 통한 투자 확대는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설비를 확충할 경우 LS 연결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차의 경우 유동비율은 작년 말 145.6%에서 올해 3분기 138.0%로 감소한데 반해 부채비율은 182.5%에서 182.8%로 늘었습니다. 차입금 비율은 130.1%에서 131.8%로 증가했습니다. S-oil은 비정유 사업에 대한 투자로 부채비율이 189%로 조사됐으며 한진은 아시아나 인수에 따른 여파로 184%의 부채비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CJ(175.6%), HD현대(166%), 두산(164%), 하림(159%), 롯데지주(156%) 등의 부채비율도 건전성 경계에 위치했습니다.
 
금리 인상기 이자 부담 가중  
 
반면 반도체를 앞세운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은 양호했습니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부채비율은 27%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기업의 단기채무 상환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의 경우 263%로 1년 전(252%)보다 11%포인트 올랐습니다. 차입금 비율은 4%며 순차입금비율은 –22%입니다. 기말 현금은 108조4600억원에 달했으며 차입금을 제외한 순현금은 91조7900억원으로 전년동기(86조8400만원)보다 늘었습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3분기 말 현금성자산이 직전 분기 대비 10조9000억원 증가한 27조8500억원으로 나왔습니다. 차입금은 그보다 적은 24조800억원으로 현금성자산이 차입금보다 약 3조8000억원 많은 순현금 상태로 전환했습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메모리 호황으로 막대한 영업현금을 벌어들이며 재무건전성이 강화한 것입니다. 차입금비율은 지난해 3분기 33%에서 올해 3분기 24%로 떨어졌고 순차입금비율은 17%에서 –4%로 개선됐습니다. SK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50.6%로 나타났는데 별도 기준 부채비율 77.4%를 기록했습니다.
 
한편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시그널을 주고 있다는 점도 기업에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이자부담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부채비율 상승 원인을 하나로 말하긴 어렵고, 단기적으로 회계상 부채가 늘어서 비율이 올라가는 곳도 있어 부채비율이 증가한 배경을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비율이 200%가 넘을 경우 수익성 둔화로 재무 레버리지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질 수 있고, 부채비율이 높으면서 추가 상승하는 기업들은 금리 인상 국면에서 이자 비용 부담 가중이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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