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3세 전진배치…세대교체 시동

'젊은 피' 3세들 경영 전면에 배치…선제적 대응 나서
글로벌 시장 확대 흐름에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

입력 : 2025-11-24 오후 4:01:16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식품업계에서 오너 3세들이 전진 배치되며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그간 식품산업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하고 주요 베스트셀러 상품들를 토대로 수익성을 확보한 대표적 전통산업으로 인식돼왔는데요. 하지만 최근 수년간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 지속 및 경기 침체로 내수시장이 크게 위축된 데다, 환율 불안,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악재까지 더해지며 식품업계 입장에서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가 식품산업의 화두가 된 분위기 속에, 업계는 '젊은 피'인 3세들을 경영 일선에 내세워 이 같은 난관을 타개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2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미래기획실장은 지난 18일 그룹 신임 경영 리더 임원 인사에서 미래기획그룹장을 맡게 됐습니다. 
 
이선호 CJ그룹 미래기획그룹장. (사진=CJ그룹)
 
그간 이 그룹장은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글로벌 식품 사업의 영향력을 확대해온 바 있는데요. '비비고', '햇반' 등의 제품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CJ제일제당 유통 국가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점 등은 대표적 성과로 꼽힙니다. 
 
이 같은 경력을 뒤로하고 올해 9월 6년 만에 지주사로 복귀한 이 그룹장은 향후 먹거리를 발굴하는 미래기획그룹장으로서, 그룹 전반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글로벌 마케팅 판로를 확대하는 등의 중책을 담당하게 될 전망입니다. 
 
식품업계 오너 3세, 줄줄이 요직 승진
 
삼양라운드스퀘어의 경우 지난 17일 오너 3세인 전병우 최고운영책임자(COO) 상무가 2년 만에 심양식품 전무로 승진했습니다. 전병우 신임 전무는 창업주인 전중윤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2019년 입사해 2023년 상무로 승진한 후 이번에 다시 전무 자리에 오르게 됐습니다. 
 
전병우 삼양식품 전무.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전 신임 전무는 '불닭' 브랜드의 글로벌 프로젝트와 해외 사업 확장을 총괄해온 실적을 인정받았습니다. 특히 중국 자싱공장 설립을 주도해 해외 사업의 성장 동력을 마련했고, '코첼라' 등 불닭 브랜드 글로벌 마케팅과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를 견인한 바 있는데요. 
 
전 신임 전무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불닭 브랜드의 인지도를 굳히고, 이를 토대로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세도 공고히 한다는 방침입니다. 
 
SPC그룹은 이달 4일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하는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허진수 부회장은 파리크라상의 최고전략책임자(CSO)와 글로벌BU(Business Unit)장으로 파리바게뜨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해왔고, 'SPC 변화와 혁신 추진단'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허 부회장은 SPC그룹의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와 함께 이해관계자의 신뢰 회복을 위한 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또 허희수 사장은 비알코리아의 최고비전책임자(CVO)로서 '배스킨라빈스' 및 '던킨'의 혁신을 주도하고, 글로벌 브랜드 도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등 신사업 추진을 이끌어왔는데요. 최근에는 미국의 대표 멕시칸 푸드 브랜드 '치폴레'의 국내 및 싱가포르 도입을 성사시켰습니다. 허 사장은 향후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미래 사업 발굴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식품업계에서 오너 3세들의 전진 배치 양상이 두드러지는 것은 그룹 차원에서 경영 승계 문제를 매듭짓는 것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되는데요. 
 
현재 식품업계는 고물가 기조 장기화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국내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입니다. 반면 세계적으로 'K-콘텐츠' 확산과 함께 'K-푸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고 이를 토대로 해외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거두는 사례가 늘면서, 식품업계 입장에서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는데요. 그룹 오너 3세의 전반적인 역량 강화 없이는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식품업계의 변화 속도가 과거에 비해 몰라보게 빨라진 만큼, 업계가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젊은 피인 3세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추세"라며 "이들의 젊은 경영 감각과 아이디어를 최대한 활용, 해외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 전반에 걸친 3세들의 진용 구축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식품 매대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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