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카라=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서울=차철우 기자]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대미·대중 관계 설정에 대한 명확한 의사를 나타냈습니다. 이 대통령은 미·중 사이에서 '국익 중심'의 외교를 분명히 한다면 양측을 모두 상대하며 동행하는 양립이 불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과의 군사·기술 동맹을 유지한 채 중국과 경제 협력을 이어가는 균형과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겁니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기존의 '3단계 비핵화' 원칙을 거듭 밝히는 한편, "평화 체제 구축 시 한·미 훈련은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다음 방문지인 튀르키예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순방 기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 동맹은 근간…중국은 안정적 관리"
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이후 튀르키예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기내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 측에 이야기하고, 중국 정부에도 명확하게 이야기하지만 대한민국 외교의 기본 원칙은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하되, 중국과의 관계는 안정적으로 잘 관리한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근본은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라며 "한·미 간의 동맹에 기초한, 기존의 군사동맹에서 예를 들어 앞으로는 경제동맹, 첨단기술 동맹으로까지 '복합 동맹'으로 발전시켜야 하는데 이 두 가지는 결코 양립 불가능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격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주체적으로 판단해 자율성도 극대화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양쪽 입장을 잘 활용하면 우리의 외교 지평이 오히려 확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외교 영역에서 '실용외교'에 방점을 찍고 외교전을 펼쳐온 것을 재확인한 셈입니다.
G20 정상선언문 다자주의 채택에 대해선 "다자 시스템을 튼튼하게 강화해야 한다"며 "훼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참여국 정상) 모두 동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국가 간 관계라고 하는 게 서로 떼어놓고 따로 살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제질서를 모두가 존중받는 모두가 함께 잘사는 그런 다자주의 체제로 최대한 잘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튀르키예를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앙카라 에센보아 국제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도열병에게 환영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핵중단 협상 시작해야…소통·
대화·
설득 필요"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한반도 '비핵화' 의지도 재천명했습니다. 특히 "언제 우발적 충돌이 벌어질지 모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면서 "남북 간 평화 체제가 확고하게 구축되면 훈련을 안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어떤 방향으로 갈지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핵을 동결하고 중기적으로는 감축하고 장기적으로는 비핵화하자"며 "일단 중단 협상이라도 시작하자. 그걸 우리랑 못 하면 미국하고 북한이라도 서로 하라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이럴수록 더 인내심을 가지고, 도발을 언제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국방력과 억지력을 확보하고 그 기반 위에서 소통하고 대화하고 설득하고 길을 열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이재명정부는 '한반도 END(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 이니셔티브'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 과정을 함께 진전시켜 나가고 비핵화 평화 체제 구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와 협조를 구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순방 성과도 전했습니다. 그는 이번 중동 3개국(아랍에미리트·이집트·튀르키예) 방문에 대해 "이번에 방문한 3개국은 역시 중동 지역의 핵심 국가"라고 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와는 150조원 규모 업무협약(MOU) 체결, 이집트와는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집트 측에선 3조~4조원 규모의 카이로 공항 확장 사업에 대한 한국 기업의 참여 및 운용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 대통령은 튀르키예를 마지막으로 7박 10일 일정의 이번 순방을 마무리합니다.
앙카라=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서울=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