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자율주행)①속도 내는 미·중 완전 자율주행

정부 차원 전폭 지원…민간기업도 공격 투자
테슬라·GM 등 자율주행 기술 국내 본격 도입

입력 : 2025-11-25 오후 4:03:50
자율주행차는 인간의 개입 없이 모든 도로, 모든 환경에서 차량 스스로 주행하는 미래 모빌리티의 최종 목표입니다. 공상과학(SF) 영화 속 상상으로만 여겨졌던 이 기술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스타트업 중심으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이어지면서, 안전 관리와 책임 체계의 취약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본과 규제, 데이터 장벽 등에 가로막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갈길 먼 국내 자율주행 기술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기획을 세 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편집자 주)
 
[뉴스토마토 표진수·박형래 인턴 기자]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자율주행 기술 적용을 확대하면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전체 자동차 판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양국은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민간기업의 공격적인 투자가 맞물리며 자율주행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감독형 FSD 차량 주행 영상. (사진=테슬라 유튜브 갈무리)
 
미·중, 전방위 지원으로 자율주행 질주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자 개입 정도에 따라 레벨 0부터 레벨 5까지 6단계로 구분됩니다. 레벨 0~2는 운전자가 주행을 책임지며 부분적 자동화만 지원하고, 레벨 3부터는 특정 상황에서 시스템이 주도적으로 운전을 담당합니다. 레벨 5는 모든 환경에서 완전 무인 주행이 가능한 최종 단계입니다. 
 
이러한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각국은 상용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 교통부는 △협업 및 투명성 촉진 △규제 환경 현대화 △교통 시스템 준비 등 3대 목표를 세우고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다지고 있습니다. 
 
미 자율주행 기술 발전의 선두에는 테슬라가 있습니다. 테슬라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주행 보조 시스템인 FSD(Full Self Driving·완전자율주행)를 독자 개발한 뒤 고속도로 자율주행, 자동 주차, 무인 단거리 호출 기능 등을 차량에 탑재했습니다. 
 
테슬라의 FSD는 카메라 중심의 비전 시스템을 활용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AI가 실시간으로 판단을 내립니다. 이는 기존 자율주행 시스템이 고가의 라이다(LiDAR) 센서에 의존했던 것과 차별화되는 접근 방식으로, 비용 절감과 대중화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제너럴모터스(GM) 산하 크루즈도 자율주행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비록 안전 문제로 일시적인 운행 중단을 겪기도 했지만, 현재는 재개를 준비하며 기술 보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은 이처럼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정부의 유연한 규제 환경이 맞물리며 자율주행 기술 발전의 최적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 (사진=연합)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 발전 속도는 미국 못지않습니다. 중국 정부는 자율주행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지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습니다. 특히 우한시는 자율주행 기술의 실험장이 되고 있습니다. 이 도시는 2023년 로보택시 운영 허가 구역을 시 전역으로 확대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시범운행을 넘어 도시 전체를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로 삼겠다는 의미입니다. 더 나아가 지난해부터는 안전 요원이 탑승하지 않는 완전한 무인 로보택시 운영까지 허가했습니다. 
 
중국의 자율주행 인프라 투자는 압도적입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자율주행 테스트를 위해 3만2000km의 도로를 건설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의 약 70배에 달하는 규모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주행 환경과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BYD)의 자율주행 기술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신의 눈’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BYD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엔비디아 플랫폼 기반의 칩을 사용해 자율주행 레벨 2를 지원합니다. 이 시스템은 운전자 개입 없이 10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며, 자율 주차 성공률이 99%에 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방대한 인프라 투자, 그리고 완성차업체들의 적극적인 기술 개발이 삼박자를 이루며 중국은 자율주행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중국 후베이성 중부 우한에서 열린 도로 테스트 중 바이두의 아폴로 고 자율주행차의 모습. (사진=연합)
 
테슬라·GM, 한국 시장 공략 본격화
 
새로운 자율주행 기술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테슬라와 GM이 각자의 자율주행 기술을 국내에 도입하며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대표적 자율주행 기술인 FSD가 세계에서 7번째로 국내에 공식 도입됐습니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올해 국내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한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술을 내세워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전체 자동차 판도를 흔들지 관심이 쏠립니다. 
 
테슬라는 지난 23일 ‘감독형 FSD’ 기능을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방식으로 전격 배포했습니다. 지난 12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감독형 FSD 기술을 국내에 출시한다고 예고한 지 11일 만입니다. 해당 시스템은 시내 도로와 고속도로에서 가감속, 차선 변경, 경로 탐색 등을 수행하지만 운전자의 지속적 전방 주시가 필요한 레벨 2 자율주행입니다. 
 
테슬라에 이어 GM도 한국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습니다. GM은 이달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출시를 발표하며 고도화한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슈퍼크루즈’ 기술을 탑재한다고 예고했습니다. 슈퍼크루즈는 수만 km에 달하는 고속도로와 간선도로에서 핸즈프리 주행을 지원하는 첨단 자율주행 기술입니다. 
 
슈퍼크루즈는 테슬라의 FSD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운전자의 시선과 주의력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미리 매핑된 도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GM 슈퍼크루즈 주행 영상. (사진=GM 공식 유튜브 갈무리)
 
GM의 슈퍼크루즈는 특히 안전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입니다.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지 않을 경우 경고를 보내고, 반응이 없으면 자동으로 차량을 감속시켜 정차하는 등 다중 안전 장치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슈퍼크루즈를 국내에 도입하는 것은 한국 시장의 기술 수용성이 높고, 프리미엄 차량 시장이 성숙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며 “테슬라와 GM의 경쟁이 본격화되면 국내 소비자들은 더 다양한 자율주행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첨단 자율주행 기술이 국내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은 기술 변화에 능동적이고 전동화가 빠르게 확산 중인 한국 시장의 매력에서 기인합니다. 한국은 전기차 보급 증가와 차량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대한 소비자의 수용성이 높아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고 확산하기에 최적의 환경으로 평가됩니다. 
 
이러한 한국 시장의 특징은 수입차 판매량에서도 확인됩니다. 올해 1~10월 누적 기준 수입차 판매량 1위는 테슬라의 모델Y가 차지했습니다. 단일 차량으로 3만759대가 팔리며 2위인 BMW 520(1만2408대)보다 판매량이 2배 이상 많았습니다. 테슬라는 올해 10월까지 차량 4만7962대를 팔며 전체 수입차 중 3위를 기록했고, 수입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표진수·박형래 인턴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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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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