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첨단 AI칩 중 수출 검토”…‘반도체 전쟁’ 새 국면

빅테크 우려·중 기술 자립에 입장 변화
HBM3E 탑재된 H200…K반도체 호재
중 반도체 굴기…“실제 판매 지켜봐야”

입력 : 2025-11-25 오후 3:33:48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첨단 인공지능(AI) 칩 ‘H200’의 중국 판매 허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밝혔습니다. 그간 미국은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중국의 첨단기술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수출 통제를 진행해왔는데, 해당 조치가 완화되는 겁니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 판매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중 ‘반도체 전쟁’은 새 국면을 맞았습니다.
 
지난 24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무역 담당 장관들과의 실무 오찬을 앞두고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러트닉 장관은 24일(현지시각)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에 “대통령이 엔비디아 대중 수출 허용을 고려하면서 현재 여러 고문의 의견을 듣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수출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관계자를 인용해 미 정부가 엔비디아 H20의 중국 수출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다만 러트닉 장관은 중국 수출에 대해 “중국에 칩을 판매해 그들이 우리 기술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는 최고 성능 칩은 팔지 않고 보류한 채 AI 경쟁에 나설 거야’라고 말할 것인가”라며 경제 성장과 국가 안보 사이의 긴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023년 출시된 H200은 엔비디아의 최신 칩인 ‘블랙웰’ 이전에 나온 차상위 모델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가 처음 탑재됐습니다. 현재 중국 수출이 허용된 ‘H20’ 칩보다 약 2배가량 성능이 뛰어난 칩으로 평가받습니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인 2022년부터 H100 등 고성능 AI 칩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미국 반도체업체들은 H20 등 저사양 칩을 내놓고 중국에 판매했지만, 올해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인 올해 4월 이마저도 통제됐다 8월 재허가 됐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되려 수입 금지령을 내리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CEO 서밋'에서 특별세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 입지가 좁아진 상황입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엔 지정학적 이슈와 현지 경쟁 심화로 중국 시장에서 (AI 칩의) 대량 주문은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H20의 올해 3분기 매출은 5000만달러(약 737억원)으로, 당초 예상치인 20억~50억달러(약 3조~7조3715억원)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이같은 흐름에 미국 반도체업계가 우려를 제기하고, 중국 반도체 자립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이 미 정부의 입장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계속해서 중국 시장 진출 중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AI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국에 반도체를 판매해 중국이 미국의 기술에 의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H200 판매가 허용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계에겐 호재입니다. H200에 HBM3E가 탑재되는 만큼 두 회사가 판매 확대를 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칩 공급 여력이 부족할 순 있지만, 중국 판매가 허용된다면 긴장감 해소와 수요 자체가 커지는 점에서는 업계에 좋은 흐름”이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중국이 이미 반도체 자립을 본격화하고 있어 규제 해제 이후 실제 판매가 얼마나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화웨이 등 자국 기업들이 AI 칩에 공격적인 투자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판매가 허용돼도 중국이 엔비디아의 칩을 다시 구매해서 쓰는 건 별개”라며 “성능은 아직 엔비디아가 앞서겠지만, 중국이 자국산 AI 칩 사용을 위한 지원책과 지침을 내리고 있어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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