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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성은 기자]
기업은행(024110)의 건전성 관리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중소기업대출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데다, 당국의 국책은행 역할 확대 요구가 커지는 탓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이미 특정 분야에 여신이 편중돼있고, 연체액도 쌓이고 있어 관리 전략 마련에 고심 중이다.
(사진=기업은행)
중소기업 대출 비중 지속 확대
27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말 중소기업대출 시장점유율은 24.33%다. 지난해 말 23.65%에서 0.68%p 올랐다. 점유율뿐만 아니라 규모도 성장세다. 3분기 말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60조3030억원이다. 지난해 말에 비해 5.3% 확대됐다.
이 중 운전자금은 127조8190억원, 시설자금은 132조4840억원으로, 특히 시설자금 증가율이 중기대출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기업은행은 9개월간 운전자금 3.1%, 시설자금 7.5% 성장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1.1%, 대기업대출 0.8% 증가에 비해 성장폭이 크다. 총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중소기업대출 82.9%를 차지해 다른 은행 대비 높다. 같은 기간 대부분의 시중은행 가계대출과 기업 대출 비중 차가 크지 않다.
기업은행이 가장 큰 규모로 대출을 내어준 업종은 제조업이다. 3분기 제조업 부문 대출 잔액은 135조9820억원이다. 지난해 말 대비 0.7% 감소했음에도 비중은 260조원 중 절반이 넘는 52.2%에 달한다. 제조업 세부 업종으로는 금속, 기타 기계 등이 10% 안팎씩 차지했다.
제조업에 이어 도소매업과 부동산임대업 비중도 높다. 3분기 도소매업 대출 잔액은 41조2540억원, 부동산임대업은 31조3890억원이다. 도소매업은 지난해 말보다 0.2% 감소한 대비 임대업은 0.7% 증가했다.
기업은행이 이처럼 타 은행 대비 중소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이유는 설립 목적에 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중소기업에 효율적인 신용제도를 확립하기 위해 세워졌다. 중소기업의 경제활동과 경제적 지위 지원이 핵심 과제다 .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춘 만큼 건전성 지표도 시중은행 대비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3분기 말 기업은행 연체율은 1%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연체율은 0.3% 내외로 단순 계산하면 3배 차이다. 기업대출이 1.3%로 높았으며 가계 대출 연체율도 0.66%로 타 은행 대비 좋지 않다.
제조업 연체율 지속 악화…속도도 빨라
단순히 건전성 지표가 높을 뿐만 아니라. 부문별 추이도 심상치 않다. 지난 1년간 제조업 연체율은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3분기 말 제조업 연체율은 0.95%다. 상반기 말보다도 0.04%p 올랐다.
상승 속도도 빠르다. 지난해 9월 말 제조업 부문 연체율은 0.86%로 0.1%p 가까이 늘었다. 상반기만해도 제조업 부문 부실 대출 규모가 2조3816억원에 달한다. 6월 말 기준 제조업부문의 고정이하여신비율만 1.6%를 넘겼다. 충당금도 개별 평가를 통해 3799억원, 집합평가를 통해 2조2076억원을 쌓아뒀다.
제조업의 규모가 전체 대출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해 영향력도 큰 상황이다. 같은 기간 도소매업의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3%를 넘기기는 했으나 제조업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연체액 규모 역시 제조업이 가장 컸다. 제조업 연체 금액은 1조2769억원이다. 같은 기간 연체액 합계인 2조9527억원에서 단일 산업 중 규모가 가장 컸다.
제조업 대출을 중심으로 건전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부담 확대 속도는 빨라질 전망이다. 당국이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 강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적 금융 확대로 제조업 등에 대한 융자를 확대하고, 지방우대 정책도 지원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위한 은행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를 높이고, 직·간접 투자는 낮추기로 했다. 주식과 펀드에 적용되는 투자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낮춰주겠다는 내용이다. 투자 관련 위험가중자산을 줄이려는 의도다.
3분기 기업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은 252조5940억원으로 9개월 사이에 11조원이 넘게 증가했다. 구조적 특징 탓이지만, BIS자기자본비율을 비롯 자본적정성 지표는 모두 직전분기 대비 하락했다. 모험자본 투입 규모가 커 위험가중자산 감소도 기대해 볼 수 있으나, 제조업 등 대출로 인한 위험가중자산은 다시 늘어 가능성이 있다. 은행권은 펀드 조성 등을 통한 투자 외에도 중소기업 융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제조업대출이 이미 중기대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추가로 내어줄 경우 위험가중자산과 건전성 지표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기업은행은 지금까지 모험자본을 적극적으로 공급해왔기에 위험가중자산 감소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면서 "자본 여력을 마련해 중소기업 대출과 모험자본 공급을 활성화해 정부 정책 기조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