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내년 경제 괜찮다지만 AI·재정 의존 ‘불안’

경제성장 둔화 전망…트럼프 중간선거 패배시 미국채발 충격 가능성도
자산시장 기대보다 경계에 방점

입력 : 2025-12-02 오후 1:3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내년 세계경제는 올 한 해를 충격에 빠뜨렸던 대미 관세 여파를 봉합하는 국면이 될 전망입니다. 주요국들의 경제성장률도 비교적 양호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다만 겉보기에 괜찮은 숫자들이 꺼림칙해 보이는 것은 그 예상이 각국의 대규모 재정 집행과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지지율 하락으로 고민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실제로 내년 중간선거에서 패하는 등 변수가 발생할 경우 금융시장에 미치는 여파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제금융센터는 1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2026년 세계경제·국제금융시장 전망 및 주요 이슈 설명회’를 열고 내년 세계경제가 불안한 성장 동력을 빌어 3% 수준의 완만한 둔화를 예상했습니다. 주요국 중에선 오직 미국만 양호한 성장을 이어가겠지만 중국은 둔화, 유로존과 일본은 소폭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래도 미국은 낫다
 
사실 발표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올해 대미 관세 이슈로 각국이 2분기 밀어내기 수출을 한 결과 3분기 성장은 둔화했습니다. 중국은 2분기 5.2% 성장에서 3분기 4.8%로 떨어졌고, 일본은 3분기에 역성장을 기록했습니다. 
 
그나마 관세로 인한 침체 우려가 연이은 협상 타결로 희석된 것이 다행입니다. 4월엔 관세가 소비자가격에 90~100% 전가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10월 기준 소비자 전가율은 55%로 덜했습니다. 
 
그래도 미국은 관세 수입 증가분을 재정지출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내년 미국이 관세 수입액을 재정지출로 전환한다면 재정승수를 감안 시 단기(1~2년)에는 성장률을 0.40~0.54%p 견인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는 관세 충격으로 성장률 하락 효과(2026년 –0.50%p)를 거의 상쇄하는 것입니다. 
 
또 한국, 일본 등이 미국에 약속한 대미 투자를 집행할 경우 경기부양에도 도움이 됩니다. 일본이 앞으로 5년간 투자금을 균등하게 배분하고, 투자 집행률 60%, 부가가치 창출 비율 65%를 가정할 경우의 미국 GDP 기여도는 연간 최대 0.14%p에 달합니다. 물론 미국도 관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에 구매력이 약화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의 내년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올해 밀어내기 수출을 많이 한 결과 내년엔 그 기저효과로 수출이 감소, 글로벌 무역량도 상품 중심으로 크게 둔화할 전망입니다. 미국이 힘으로 밀어붙인 영향은 단순히 관세 부담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자국 우선주의가 만연해져 이는 미국 외 다른 나라들끼리의 교역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 일본과 중국 사이의 갈등도 불씨로 남아 있습니다. 
 
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국제금융센터 주최로 열린 '2026년 세계경제·국제금융시장 전망 및 주요 이슈 설명회'. (사진=김창경 기자)
 
재정정책 일변도…금리에 취약
 
나라 경제가 힘들면 재정정책을 키울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가 대외 수요 둔화에도 재정지출을 확대해 완만하게 성장할 방침인데요. 수출 부진을 엔저의 힘으로 버티는 상황입니다. 내년엔 21조엔을 투입해 고물가에 대응하고 성장 투자를 지원하며 방위력을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그러나 엔저는 결국 물가를 자극해 장기금리 상승을 유발하기 마련입니다. 일본이 성장 지원을 위해 택한 고물가의 굴레를 어떻게 빠져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유로존의 중심, 독일도 재정 확대로 버틸 전망입니다. 정책 금리 인하 기조도 같습니다. 다만 유로 환율이 고공행진 중이라는 점은 일본과 다릅니다. 
 
중국은 내년에도 경기부양책을 이어가겠지만 올해보다 성장률은 더욱 둔화될 전망입니다. 올해 예상 성장률은 4.9%, 내년엔 4.3%입니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IB들은 중국의 수출 성장률이 올해 4.5%에서 내년 1.0%로 하락을 예상했습니다.
 
무척이나 흐린 날씨 예보에도 모두가 희망을 품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등 모두가 AI의 성장이 경제 둔화를 상쇄해줄 것이라고 희망을 걸었습니다. 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따른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선 내년 안에 반도체 공장을 착공해야 합니다. 내년에도 관련 투자는 상당액 나올 전망입니다. 
 
다만 지금까지는 투자 규모가 얼마나 많은가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이제부터는 AI 투자의 수익성으로 천천히 시선이 옮겨 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수익성에 무게가 실리면 AI 버블의 실체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연준 내부 변화·중간선거 변수
 
전반적으로 밝은 전망은 아닌데요. 여기에 추가될 대형 변수가 또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교체입니다. 현재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번 그의 자리를 흔든 만큼 교체는 기정사실이고, 임기 만료 전에 바꿀 거란 얘기마저 나옵니다. 
 
파월 의장이 물러날 시기가 다가올수록 미국 정부의 입김도 거세져 금리 인하 등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준이 집단 의사결정 구조를 지니고 있으나 이사 교체 등을 통해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큽니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를 서둘러 발표해 파월 의장의 힘을 뺄 가능성도 예상됩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기 위한 소송도 진행 중입니다. 연준 내부가 대폭 물갈이될 경우 금리 및 물가 정책, 이에 대한 대외 신뢰에도 큰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중간선거입니다. 미국은 내년 11월 상원 일부와 전체 하원의원, 주지사 일부를 선출하는 선거를 치를 예정입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 중인데요. 지금과 같은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만약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다면 미국채 시장에도 큰 변화가 올 수 있습니다. 트럼프표 관세가 백지화되거나 대폭 인하될 경우 정부 부담이 커져 국채금리가 오를 테니까요. 또 성장기업들은 장기금리 상승에 매우 취약합니다.
 
경제 성장은 ‘둔화’라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를 참고해 내년 투자를 계획하려는 이들에겐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내용입니다. 아무래도 올해처럼 쉽게 돈 버는 한 해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눈치껏 변동성을 피해야 할 분위기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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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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