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국내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와 탄소중립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한 이른바 ‘K-스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잠시 한숨을 돌렸지만 글로벌 업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무역장벽을 잇따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까지 철강 관세 부과 움직임을 보이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달 국회에서 K-스틸법이 통과됐지만, 캐나다 정부마저 철강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회는 지난달 27일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K-스틸법)’을 가결했습니다. 특별법에는 △저탄소철강 인증제 도입과 저탄소철강특구 신설 △기업결합심사 기간 단축 △공동 행위의 예외적 허용 △사업 재편 과정의 정보 교환 허용 등 공정거래법상 특례 조항이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인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캐나다 정부는 자국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해 한국을 포함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 적용하던 철강 제품 저율관세할당(TRQ) 기준을 기존 100%에서 75%로 축소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한국산 철강제품의 경우 지난해 캐나다 수출량의 75%를 넘어서는 물량에 대해서는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는 의미입니다. 아울러 철강 파생상품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캐나다의 이 같은 조치는 미국과의 관세 전쟁 여파로 자국 철강업계가 위기를 맞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올해 미 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외국산 철강 제품 등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입니다. 캐나다는 미국의 최대 철강 공급국으로, 지난해 미국에 철강 제품 71억4000만달러, 알루미늄 제품 94억2000만달러를 수출했습니다. 시장점유율은 각각 23%, 54%로 모두 1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 철강업계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캐나다에 약 62만톤(t), 7억8000만달러 규모의 철강 제품을 수출했습니다. 수출 금액 기준으로는 전체 수출국 가운데 12위, 물량 기준으로는 14위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고부가 제품 비중이 높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K-스틸법이 탄소 저감·고부가 제품 전환 등 친환경·미래 지향적 산업 기반 구축에 초점을 둔 법안인 만큼, 업계가 당장 요구해온 전기료 감면 등 직접적인 지원 조치가 포함되지 않은 점도 현장의 어려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정부는 캐나다의 무관세 한도 축소 조치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캐나다 정부가 입장을 바꿀지 불투명한 데다, 설령 조정이 이뤄지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관세 부과는 이제 ‘뉴노멀’이 됐다”며 “관세 부과 가능성을 전제로 대응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