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12·3 계엄 사태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의사결정과 실행 과정에 관여한 주요 인물 10명에 대한 특검과 법원의 판단도 속속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씨를 비롯해 국무회의·군·정보기관 등 각 위치에서 책임을 가진 인물들은 대부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내란특검 종료가 10여일을 남겨놓은 현재, 계엄 실행 과정에서 역할이 드러난 인물들에 대한 영장·수사도 아직 남아 있습니다.
윤석열씨가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방조, 위증 등 혐의 한덕수 전 국무총리 10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있다. (사진=서울중앙지방법원)
비상계엄 선포 결정의 중심…윤석열과 국무위원들
윤석열씨는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을 직접 선포한 당사자입니다. 또 계엄의 명분을 조성하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고자 드론작전사령부에 평양 무인기 투입을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특검은 이 조치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내란·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특수공무집행방해·일반이적 등 내란 및 외환 관련 혐의를 적용해 윤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현재 윤씨에 관한 공판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윤씨는 내년 1월18일 구속기간이 만료됩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오는 23일을 심문기일로 지정, 추가 구속 여부를 결정키로 했습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전후 열린 비상 국무회의를 주재한 인물입니다. 계엄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를 두고 진실공방이 이어졌으나, 특검은 대통령실 폐쇄회로TV(CCTV)를 근거로 그가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봤습니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계획을 사전에 막아야 할 헌법상 책무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를 방조하고 사후 계엄 선포문을 작성했다가 폐기했다는 겁니다. 그는 현재 내란 방조·내란중요임무종사·위증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달 26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사건 결심공판에서 내란 혐의 피고인 중 가장 먼저 15년을 구형받았습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윤씨의 충암고 1년 선배입니다. 그는 윤씨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하고 포고문 초안을 작성하는 등 계엄을 사전에 준비한 정황이 확인돼, 지난해 12월27일 내란 피의자 중에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가장 먼저 구속기소됐습니다. 6월 내란특검이 출범한 이후 위계공무집행방해, 일반이적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진 상태입니다. 오는 12일 일반이적 혐의 관련, 심문기일이 지정됐습니다.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도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일부 언론사의 단전·단수를 지시하는 등 후속 조처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월 헌법재판소에서 윤씨의 탄핵심판이 열렸을 때 '윤씨로부터 이러한 지시를 받은 적 없다'는 허위 증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지난 8월 내란중요임무종사·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위증 혐의 등으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도 윤씨가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 국무위원이자 법무 참모로서 대통령에게 제동을 걸지 않고 내란에 동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특검은 최근 박 전 장관을 상대로 내란중요임무종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되면서 불구속 기소를 할 가능성이 유력해졌습니다. 아울러 특검은 김건희씨가 자신에 관한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박 전 장관과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그가 검찰의 인사·수사 방향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특검은 다음주 한 번 더 박 전 장관을 부른 뒤 신병처리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12·3 계엄이 선포된 이튿날인 지난해 12월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시민들이 모여 윤석열씨 퇴진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군·검·국정원·현직 의원까지…계엄 실행 과정에 직접 관여
윤씨의 충암고 후배인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도 내란의 주요 인물입니다. 특검은 그의 휴대폰에서 발견된 메모를 토대로 지난해 10~11월 드론작전사령부가 북한의 평양 상공에 무인기를 띄워 대북 전단을 살포한 사건, 이른바 '평양 무인기 의혹'을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여 전 사령관은 윤석열씨·김용현 전 장관과 함께 일반이적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오는 16일에는 일반이적 혐의 관련해 심문기일이 예정돼 있습니다.
심우정 전 검찰총장은 비상계엄 당시 박성재 전 장관과 통화한 후 박 전 장관으로부터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 등의 지시를 받았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또 시민단체로부터는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됐습니다. 지난해 3월7일 법원이 윤석열씨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을 내렸을 때 그는 검찰총장으로서 즉시항고를 포기하는 결정을 했기 때문입니다. 특검은 지난 9월 심 전 총장을 불러 17시간 넘게 조사했지만, 아직까지 내란과 관련한 후속 조치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은 윤석열씨가 비상계엄을 선포할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습니다. 또 계엄 당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행적이 담긴 국정원 CCTV 영상을 국민의힘에만 제공한 혐의, 자신의 행적이 담긴 영상은 민주당 측에 제공하지 않은 혐의 등을 받습니다. 특검은 그가 국회에 보고할 의무를 위반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않았다며 지난달 국가정보원법상 정치 관여금지 위반·직무유기·위증·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습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자당의 의총 장소를 당사→국회→당사 순으로 세 차례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지연시켰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특검은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이 윤석열씨와 사전 공모해 표결을 늦추려 했는지 여부를 집중 수사했습니다. 특검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그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국회는 11월27일 그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했습니다. 추 의원은 2일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았습니다.
국군정보사령관 출신인 노상원씨는 비상계엄 당시 부정선거 의혹 수사를 명분으로 '제2수사단' 구성을 위해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요원들의 정보를 넘겨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계엄 당시 민간인이었음에도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요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현직 군인들에게 진급을 청탁하며 금품을 수수받은 정황이 확인된 겁니다. 특검은 지난달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그에게 징역 3년, 2390만원 추징 등을 구형했습니다. 다만 그가 비상계엄과 관련해 메모를 남긴 수첩은 그 목적이 불분명한 상태로 남았습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