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포용적금융 대전환'은 정책서민금융과 은행권 포용금융을 중심으로 금리 부담을 낮추는 방향이 핵심입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취약차주의 금융비용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정책 전반에 반영된 모습입니다. 다만 정책의 무게중심이 취약차주 금리 인하에 쏠리면서, 그간 고금리 여건에서도 연체 없이 대출을 성실히 상환해온 차주들이 상대적으로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제기됩니다.
은행권 포용금융, 2금융 등 고금리 낮추기에 방점
금융당국이 포용금융을 설계하면서 가장 먼저 짚은 문제는 업권 간 금리 격차입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6~7% 수준인 반면, 저축은행·캐피탈 등 2금융권 금리는 14~15%대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중·저신용 차주가 은행권에서 밀려날 경우 고금리 업권에 장기간 머물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점을 당국도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같은 인식은 정책서민금융과 은행권 포용금융 전반에 반영돼 있습니다. 은행권 새희망홀씨 대출은 금리 연 10.5% 이하로 설정돼 있으며, 공급 규모 역시 지난해 4조원었지만 2028년 6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단순히 정책자금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은행권을 통해 중·저신용 차주를 흡수함으로써 고금리 업권 쏠림을 완화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8일 경기도 수원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개최한 제1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1차회의에서 "정책서민금융은 재원이 한정적이고 금리 수준이 높아 자금애로 해소에 역부족"이라며 "정부 노력만으로는 될 수 없는 만큼 민간 부문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한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지주별 포용금융 프로그램 역시 저금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금리 수준을 직접 제한하거나, 캐시백·대환·우대금리 형태로 낮추는 방식이 혼합하는 방식입니다.
KB금융(105560)은 2030년까지 서민·취약계층 (10조5000억원), 소상공인·자영업자(6조5000억원)에게 총 17조원 규모의 포용금융을 지원합니다.
신한지주(055550)는 땡겨요 등 공공배달서비스의 매출 데이터를 활용해 저신용 소상공인에게도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대출을 공급하고, 기존 고금리 대출 이용자의 금리를 한 자릿수로 낮추는 지원 프로그램을 운용합니다.
하나금융지주(086790)는 햇살론 이용자를 대상으로 12.5% 상품의 체감 금리를 10.5% 수준으로 낮추는 등 이자 캐시백 제도를 도입합니다.
우리금융지주(316140)는 우리은행 신용대출 이용 고객이 대출 기간 연장을 할 경우 연 7% 금리 상한을 적용하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농협금융지주는 취약계층·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총 15조3000억원의 대출을 지원하고 농업인에게는 대출 상품별로 0.3~0.5%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해 이자 부담을 낮출 계획입니다.
정책서민금융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더 낮은 금리 조건도 제시돼 있습니다. 미취업 청년이나 사회적 배려 대상자 등을 대상으로 연 4.5% 금리·최대 500만원, 채무조정을 6개월 이상 성실히 이행한 차주에게는 연 3~4% 금리·최대 1500만원의 대출 지원 자금을 공급하는 방안이 들어갔습니다.
업권별 금리 상한 구조도 포용금융의 배경이 됐습니다. 현행 금리 상한은 각각 은행 7.44%, 상호금융 9.56%, 카드 12.33%, 캐피탈 15.50%, 저축은행 16.51%입니다. 당국은 정책금융과 은행권 포용금융을 통해 중·저신용 차주가 상환하는 높은 금리를 낮추겠다는 입장입니다.
고금리 성실 상환 차주엔 불리
문제는 이러한 금리 인하 정책이 주로 연체 이후 단계나 금융소외계층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입니다. 정책서민금융에서 가장 낮은 금리가 적용되는 구간은 채무조정을 일정 기간 이상 성실히 이행했거나, 불법사금융 이용 경험이 있는 차주, 사회적 배려 대상자 등입니다.
반면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면서도 연체 없이 상환을 이어온 차주들은 정책금융의 직접적인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14~15%대 금리를 부담했더라도, 연체 여부에 따라 정책 수혜 가능성이 갈리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리 인하 정책이 연체 이후 단계에 집중될수록 차주 입장에서는 성실 상환을 유지하는 것보다 사후 지원을 기대하는 쪽으로 인식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는 반복돼왔습니다. 정책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도덕적 해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지적을 의식해 상환 이력을 기반으로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크레딧 빌드업' 체계를 중장기 과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일정 기간 정상 상환을 이어간 차주가 점진적으로 더 낮은 금리나 1금융권 상품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다만 이는 장기적 구조 개선에 해당합니다. 당장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성실 상환자에게 체감 가능한 대안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포용금융의 방향성 자체에 대한 이견은 크지 않다"면서도 "연체 없이 상환을 이어온 차주가 상대적으로 불리해지지 않는 환경이 되지 못하면 정책의 지속가능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오른쪽)이 8일 경기도 수원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개최한 제1차 포용적금융 대전환 1차회의에서 정부·유관기관, 5대금융지주 대표, 포용금융 민간 전문가 등과 앞으로 정부와 민간이 함께 추진해 나가야 할 포용금융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