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카드사들이 상업자전용표시카드(PLCC)를 빠르게 늘리며 고객 기반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충성고객 확보로 이어지지는 않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PLCC는 제휴 브랜드 이용 시 할인이나 적립 등 혜택을 많이 볼 수 있어 단기간 고객 유입에는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주 이용 카드로 자리 잡지 못할 경우 실제 사용으로 이어지지 않은 채 휴면 카드로 남을 가능성도 함께 커집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비씨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는 2024년 한 해 동안 총 316만4639개의 PLCC 카드를 발급했습니다. PLCC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과 비교하면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겁니다. 2025년 들어서도 증가세는 이어졌습니다. 상반기에만 PLCC 발급수가 186만575개에 달하는 등 업계에서는 지난해 연간 PLCC 발급 규모가 5년 전보다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식당 카드단말기에서 카드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급성장한 PLCC 시장…제휴 시장 커졌다
PLCC는 카드사와 특정 기업(브랜드)이 협업해 출시하는 전용 신용카드로, 브랜드 이용을 전제로 한 혜택을 갖고 있습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비교적 낮은 마케팅 비용으로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카드 회원으로 유입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영업 가치가 큰 상품으로 평가돼왔습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과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PLCC는 카드사들의 수익 구조 다변화와 미래 성장 동력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실제로 다수 카드사들이 유통·플랫폼·콘텐츠 기업과의 PLCC 제휴를 확대하며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국내 PLCC 시장은 그간 현대카드가 주도해왔습니다. 현대카드는 2015년 국내에 PLCC를 처음 도입한 이후 19곳의 파트너사와 협업하며 시장을 확대해왔고,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상품 전략을 제휴사와 논의해왔습니다. 그 결과 현대카드의 PLCC 시장 점유율은 2023년 기준 78.41%에 달했습니다.
다만 PLCC 계약이 통상 5년 단위로 체결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주요 제휴사의 계약 만료가 겹치는 시기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카드의 주요 파트너사였던 배달의민족과 스타벅스는 각각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로 PLCC 제휴를 이전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계약 만료를 앞둔 패션 플랫폼 무신사 역시 신규 PLCC 제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PLCC 수요가 꾸준히 늘자 제휴사가 계약 조건에서 카드사보다 우위를 점하는 구조가 점차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경쟁이 치열한 플랫폼·유통 기업일수록 PLCC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며 카드사에 비용 부담을 분담시키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늘어나는 휴면 카드…'충성 고객' 유지는 과제
PLCC 발급 확대와 함께 휴면 신용카드 증가도 카드업계의 부담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의 휴면 신용카드 수는 1681만장으로, 전년 대비 8.6% 늘었습니다. 특히 PLCC 시장 점유율이 80%에 육박하는 현대카드의 휴면 신용카드는 약 261만7000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이상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우리카드를 제외한 대부분 카드사에서 휴면 카드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PLCC 발급 비중이 높은 카드사에서 휴면 카드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는 점은 발급 중심 전략의 실효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특히 PLCC는 제휴 기간 브랜드 충성고객을 흡수할 수 있지만, 혜택에 변화가 생기거나 제휴가 끝나면 해당 고객을 카드사 자체 고객으로 전환하지 못할 경우 이탈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PLCC 시장이 양적 성장 단계를 지나 성과를 평가받는 국면에 접어든 만큼, 카드사들은 발급 확대를 넘어 실제 이용과 고객 체류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카드사들은 PLCC 발급 확대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고객의 실제 이용을 늘리기 위한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일부 카드사는 PLCC 고객을 대상으로 이용 실적에 따라 혜택을 세분화하거나, 주력 카드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 휴면 전 단계의 고객을 선별해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등 발급 이후 관리 전략에도 무게를 두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하나의 브랜드가 여러 카드사와 동시에 PLCC를 출시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고객이 특정 카드에 머물러야 할 이유도 그만큼 줄어들고 있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PLCC는 제휴 기간 동안에는 고객 유입 효과가 분명하지만, 계약 종료 이후에도 고객을 유지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