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한강대교 한가운데에 있는 노들섬은 서울시장이 바뀔 때마다 이름과 계획도 같이 바뀌었습니다. 오세훈 시장 1기 땐 '한강예술섬'으로 계획됐다가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니 '노들텃밭'→'음악섬'으로 변했습니다. 서울시장 2기를 맡은 오 시장은 총사업비 3704억원 규모의 '노들 글로벌 예술섬'을 다시 추진하고 있습니다. 두 시장이 섬 하나의 간판을 새로 달려고 들인 세금은 천문학적 액수에 달하는 겁니다.
노들섬 개발의 시작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5년 1월 서울시청은 '중지도(현 노들섬) 문화단지 조성계획'을 세웠습니다.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를 포함한 복합문화단지를 세운다는 구상이었습니다. 그해 6월 서울시청은 노들섬의 일부 토지를 소유한 주식회사 건영에 274억원을 주고 땅을 사들였습니다.
애초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당시엔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반대했었습니다. 그러나 2006년 시장에 당선되고선 차츰 입장을 바꿨습니다. 디자인서울 구상에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일부 반영키로 한 겁니다. 연면적 9만9102.26㎡에 달하는 복합문화시설 '한강예술섬'을 세우고, 거기에 1751석 규모의 오페라극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한강예술섬의 나머지 시설들로는 △2100석짜리 공연장인 심포니홀 △400석의 다목적극장 △전망카페 △미술관·전시관 등 종합예술시설 △특화쇼핑몰 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 시장의 한강예술섬 계획은 실제로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당시 서울시의회 다수당은 민주당이었는데, 한강예술범 총사업비(6735억원)가 너무 많고 재원조달 방식도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사업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오 시장이 2011년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 끝에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하자 한강예술섬 구상도 설 자리를 잃게 됐습니다. 당시 서울시청은 노들섬 설계비용 등으로 277억원을 사용한 상태였습니다.
2011년 보궐선거에 당선된 박원순 시장은 2012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대규모 재원이 쓰이는 토건(토목·건설) 관련 시설·투자 사업들을 보류했습니다. 박 시장은 특히 노들섬엔 한강예술섬을 조성하는 대신 2만2554㎡ 면적의 임시 텃밭인 노들 텃밭을 꾸몄습니다.
이후 박 시장은 2013년 8월엔 전문가들로 노들섬 포럼을 조직했습니다. 2015년엔 음악중심의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기로 결정했으며, 2016년 12월 노들 텃밭 운영을 끝냈고, 2017년 10월 '음악섬'으로 불리는 노들섬 특화공간을 착공했습니다. 노들섬 특화공간은 2년 간의 공사 끝에 2019년 10월 완공됐습니다. 이곳은 연면적 9747㎡으로, △456석이 들어가는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인 라이브하우스 △서점 겸 도서관인 노들서가 △음식문화공간인 엔테이블 △식물공방 등의 시설로 이뤄졌습니다.
노들섬이 다시 간판을 바꾼 건 2021년입니다. 박 시장이 2020년 7월9일 사망하자, 오 시장은 보궐선거를 통해 다시 시장으로 복귀했습니다. 오 시장은 박 시장의 흔적을 지우는 걸로 평가받는 작업을 여럿 추진했는데, 노들섬도 그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우선 서울시청은 2021년 노들섬 복합문화공간에 감사를 실시, 노들섬 복합문화공간 운영자를 민간위탁금 횡령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이후 서울시청은 총사업비 3704억원을 들여 노들섬에 '노들 글로벌 예술섬'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지난 10월21일에 노들 글로벌 예술섬 착공식에 참석한 오 시장은 "서울이 지향하는 디자인은 외형의 멋이 아닌 사람의 마음이 머무는 공간으로, 노들섬은 그 철학을 구현하는 첫 수상무대"라며 "시민들의 일상을 바꾸고,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새로운 문화예술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서울시청에 따르면 노들 글로벌 예술섬 준공 예정 시기는 오는 2028년입니다.
노들 글로벌 예술섬은 수변문화공간과 하늘예술정원으로 구성됩니다. 수변문화공간은 수상정원, 생태정원, 미디어시설물 등으로 이뤄졌고, 하늘예술정원은 7개의 '떠 있는 꽃잎' 모양의 공중정원로 꾸며질 계획입니다. 비정형(구조와 형태가 정해지지 않음) 꽃잎들은 공중보행로로 연결돼있습니다. 다만 서울시청은 기존의 복합문화공간은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노들 글로벌 예술섬' 국제지명설계공모 당선작인 영국의 토마스 헤더윅 건축 디자이너의 '소리풍경'. (이미지=서울시청)
서울시장이 바뀔 때마다 노들섬도 간판을 바꿔달면서 돈은 돈대로 계속 들어가고 있습니다. 오 시장 당시 한강예술섬엔 설계비 등 277억원이 쓰였고, 박 시장에 때 음악섬을 조성하는 사업비는 583억에 달했습니다. 이미 860억원대 혈세가 낭비된 겁니다. 서울시청이 여기에 3700억을 더 쏟아붓겠다는 겁니다..
때문에 너머서울, 시시한연구소, 문화연대, 서울환경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이 사업으로 인한 예산 낭비와 환경 파괴 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노들 글로벌 예술섬 착공일이었던 지난 10월21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들 글로벌 예술섬 사업은 명백한 세금 낭비이자 행정 낭비이며, 시장 개인의 치적을 쌓기 위한 공유재산의 난개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서식지를 확대 조성하겠다고 하지만, 과거 약속을 번번이 어기고 서식지를 파괴해온 전력을 볼 때 이번에도 개발 논리에 밀려 생태 보전이 후순위로 밀릴 것이 뻔하다"며 "모든 추진 일정을 보류하라"고 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