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030200)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최종 면접 대상자(숏리스트) 3인이 확정되면서 외부 리스크와 기술 책임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부에서는 후보가 아닌 구조적 결함이 논쟁의 본질이라는 지적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후보자 개개인의 논란은 표면적 현상일 뿐, KT 이사회가 CEO 선임 과정에서 전직 CEO·기술 조직·현장 직원 등 핵심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경직된 체계가 문제라는 분석입니다. 국내 대표 통신 기업의 CEO 선발 과정이 신입사원 채용보다도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자조 섞인 비판도 내부에서 나옵니다.
10일 복수의 KT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공모 과정은 절차적 공개성을 갖춘 듯 보이지만 실질적 검증 과정은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관계자는 "국가 기간통신망을 책임지는 CEO를 30분 내외 면접과 프리젠테이션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위험하다"며 "KT는 근본적 개선 없이 후보만 바꾸는 '순환 구조' 방식을 반복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신입사원보다 CEO를 더 허술하게 뽑는 회사는 KT밖에 없을 것"이라는 강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관계자들은 KT 이사회의 역량과 판단 구조를 문제 핵심으로 꼽았습니다. 이사회 구성원 다수가 통신·보안·인공지능(AI) 등 핵심기술 경험과 회사 경영 경험이 부족해, 후보자의 기술 리더십과 조직 적합성을 실질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부성·기술 책임 논란이 숏리스트 단계부터 불거지는 이유도, 이사회가 KT의 기술 구조와 조직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표면적 정보 위주로 후보를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KT 이사회 내 사외이사 명단. (사진=KT 이사회 누리집)
현 구조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의견 수렴 절차의 부재입니다. 전직 CEO, 최고기술책임자(CTO), 네트워크·보안 책임자, 고객 접점 조직 등 KT 운용의 실질을 아는 핵심 그룹의 의견이 공식적으로 반영되는 절차가 없다는 것입니다. 한 내부 관계자는 "이사회가 내부 리스크 지도를 모르니, 어떤 후보가 어떤 구조적 약점을 갖고 있는지 판별하기 어렵다"며 "그 결과 후보 논쟁만 반복되고 본질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도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인식은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한 직원은 "외부 CEO가 오면 3년마다 조직 슬로건만 바뀌고, 기술 기반 리더십은 늘 뒤로 밀렸다"며 "지금 KT의 문제는 전략보다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직원은 "해킹 이후 기술 리더십이 무너졌다는 평가가 내부에서 반복적으로 나온다"며 "현장의 의견을 들었다면, 이번과 같은 논쟁거리가 절반가량은 줄었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KT 내부 고위 관계자들은 최근 해킹 사태 역시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누적된 결과라고 진단합니다. 과거에는 사고 발생 시 CEO·기술·보안·홍보·CS 조직이 한곳에 모여 즉각적 공동 대응 체계를 가동했지만, 현재는 책임 공방이 앞서며 구조적 개선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한 관계자는 "불법 펨토셀이라는 식의 단순한 사건 축소가 오히려 본질을 흐린다"며 "중국산 소형 기지국이 망에 붙을 수 있었다면 이는 국가 기반망 차원의 취약성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이사회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전직 CEO·기술 조직 의견 반영을 위한 공식 라운드 신설 △후보 평가 기준에 조직 이해도·기술 리더십·보안 역량 등 정량 요소 반영 △대형 사고·보안 리스크 관련 책임 이력에 대한 감점 기준 명문화 등이 반영돼야 한다는 개선안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고위 관계자들은 "KT는 20년 동안 사람만 바꿔왔다. 이제는 사람을 뽑는 규칙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들은 "KT CEO 선임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국가 기간망을 책임질 리더를 뽑는 일"이라며 "이사회가 정말 심사숙고하려면 KT를 아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구조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