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신 몸’ 된 오피스텔…내년 ‘입주 절벽’

규제 강화에 아파트 대체 수요 유입…공급 16년만 최저
거래 늘지만 입주 물량 급감…전세·매매 가격 불안 우려

입력 : 2025-12-12 오후 3:51:29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아파트 시장이 빠르게 관망세로 돌아선 가운데, 매수 수요가 오피스텔로 이동하는 흐름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대출 규제 강화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으로 아파트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오피스텔이 대체 주거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 1인 가구가 10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전용면적 40㎡ 이하 소형 오피스텔은 여전히 높은 선호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분양된 오피스텔 가운데 소형 평형 비중은 41.2%로 가장 높았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지역만 보더라도 전용 30㎡ 이하 소형 오피스텔이 전체 거래의 60%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는 월세 수익을 염두에 둔 투자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중대형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파트 가격 부담이 커진 지역에서 실거주 대체 수요가 중대형 오피스텔로 이동하는 모습입니다. 송승현 대표는 “전세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아파트 전세 대신 오피스텔 매매나 전세를 선택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중대형 오피스텔에 대한 실거주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선호 변화가 아니라, 아파트 가격 부담과 규제로 인해 비자발적인 수요까지 오피스텔로 이동하는 구조적 현상이라고 분석합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수요가 이동했다기보다는 아파트 가격에 대한 부담과 규제로 인해 자발적·비자발적 수요가 동시에 오피스텔로 유입되고 있다”며 “현재 오피스텔은 아파트의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 오피스텔. (사진=송정은 기자)
 
“분양 급감의 후행 효과”…내년 오피스텔 ‘공급 공백’ 현실화
 
여기에 오피스텔 시장은 ‘입주 절벽’이 예고됐습니다. 부동산R114 자료를 보면 2026년 전국 오피스텔 입주 예정 물량은 1만1762실로, 올해(3만9396실)의 30%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는 2010년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이며 역대 최대 공급이 이뤄졌던 2019년(11만549실)과 비교해 10.6% 수준에 그칩니다.
 
오피스텔 공급 공백은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2023년 고금리 장기화와 건설 경기 침체 여파로 오피스텔 분양 물량이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3년 전국 오피스텔 분양 물량은 6605실로, 전년(2만7926실)의 25%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분양에서 입주까지 2~3년의 시차를 고려하면 당시 분양 부진이 내년 입주 물량 감소로 직결되는 구조입니다.
 
공급 감소의 배경으로는 사업성 악화와 PF(프로젝트파이낸싱) 경색이 지목됩니다. 송승현 대표는 “분양성이 떨어진 데다 공사비 부담이 크게 늘면서 시행사들이 적극적으로 공급에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며 “사업성 약화와 금융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공급 위축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어드는 구조 속에서 오피스텔 가격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습니다. 송승현 대표는 “아파트 전세 물량 부족으로 전세 수요가 오피스텔 매매나 임대로 이전될 가능성이 크다”며 “입주 물량 감소는 오피스텔 전세와 월세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전세 가격이 시장 수용 범위를 크게 초과할 정도로 급등하기는 어렵겠지만, 완만한 상승 흐름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고양 덕양구 원흥역 일대 오피스텔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은 이미 거래 현장에서 체감되고 있습니다. 아파트 규제 강화 이후 오피스텔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은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특히 신도시 역세권처럼 오피스텔 공급이 많았던 지역에서도 신규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습니다. 고양 덕양구 원흥역 일대 A부동산중개사무소 대표는 “수도권 신도시의 경우 역세권 오피스텔이 많이 들어서 있지만, 요즘에는 계약 갱신 사례를 제외하면 매물 자체가 많지 않다”며 “이달 들어 중대형 평수 거래가 1건 정도 있었고, 1인 가구 선호도가 높은 소형 평수는 아직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내년 오피스텔 입주 물량 감소와 맞물릴 경우 매매·전세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함영진 랩장은 “아파트 규제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오피스텔이 대체재 역할을 지속할 경우, 공급 공백은 체감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송정은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