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양극화)토허제 묶여도…강남 아파트 ‘신고가’

강남3구·용산 중심 초양극화 심화

입력 : 2025-12-05 오후 3:54:09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 전반이 관망세에 들어갔지만,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며 ‘규제의 역설’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강력한 규제가 실수요자보다 현금 자산가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상급지 중심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규제 이후에도 강남은 올랐다”…거래절벽 속 신고가 행진
 
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2월 첫째 주(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7% 상승했으나, 상승 폭은 대책 발표 직전인 10월 둘째 주(10월13일 기준) 0.54%에서 다음주에는 0.5%, 11월에는 0.23%, 0.19% 등으로 둔화했습니다. 전체적인 상승세는 유지됐지만 탄력은 확실히 줄어들며 관망세가 짙어진 모습입니다.
 
그러나 강남 3구는 다른 흐름을 보였습니다. 강남 3구에서는 대책 이후 송파구는 0.43%에서 0.47%, 서초구는 0.16%에서 0.20%로 오히려 상승폭이 확대됐습니다. 규제에도 불구하고 상급지 주택의 가격 방어력이 더욱 뚜렷해진 셈입니다.
 
규제 이후에도 강남권 단지에서는 신고가 경신 사례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대출 규제로 전체 거래는 줄었지만, 증여나 자산 정리 등으로 현금을 확보한 상위 자산층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며 “입주 물량 부족과 금리 안정 기대로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수요가 강남권에서 여전히 유효했기에 강남권 아파트 신고가 경신이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0·15 대책 전인 10월1~14일 강남 3구 신고가 거래는 67건이었으나, 발표 후 15~28일에는 108건으로 61.2% 증가했습니다. 
 
실제 시장에서도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114㎡는 10월 27일 63억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10월30일 36억9000만원에 이어, 지난달 6일 전용 76.79㎡가 38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습니다.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59㎡ 역시 11월4일 31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다시 기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가격 움직임이 아니라 정책 구조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강남권은 고가 아파트 비중이 높고, 높은 자기자본을 가진 매수층이 두텁게 형성돼 있어 대출 규제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다는 분석입니다.
 
상급지만 역주행…강남 3구·용산 신고가 비율 규제 후 9%p 증가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패스파인더 전문위원 분석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이후 강남 3구·용산의 신고가 비율은 42.5%에서 51.5%로 9%p 증가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같은 기간 서울 21개 자치구의 신고가 비율은 36.6%에서 33.3%로 하락했습니다. 서울 전체는 거래절벽을 겪는 동안 강남권은 오히려 신고가 비중이 더 높아지는 ‘역주행’이 발생한 것입니다.
 
자치구별 신고가 변화 폭을 보면 용산이 10.8%p 증가하며 가장 컸고, 이어 송파(10.1%p), 강남(8.8%p), 서초(8.3%p)가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성동·영등포·광진 등은 1%p 내외의 미미한 증가에 그쳤고 노원(-13.4%p), 도봉(-12.5%p), 금천(-11.6%p) 등 외곽 지역은 오히려 급락했습니다. 상급지와 비상급지 간 격차가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 셈입니다.
 
양지영 위원은 “대출 규제 강화와 실거주 의무 부담,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이 중첩되며 실수요자의 이동성이 크게 제약됐다”며 “규제로 서울 전역의 조건이 동일해지면서 기존 규제지역이던 강남 3구·용산의 상대적 불이익이 사라졌고, 그만큼 매수세가 상급지로 쏠리는 역효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규제의 부작용’으로 해석했습니다. 김인만 소장은 “서울 전역이 규제로 묶이자 ‘어차피 규제라면 차라리 강남으로 가자’는 심리가 작동해 반사이익이 나타났다”며 “신축 아파트 희소성 때문에 한 건의 고가 거래만으로도 시장 가격이 크게 왜곡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더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특히 연말과 연초 강남권에서는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 역삼센트럴자이 등 대형 재건축 단지의 분양과 청담 르엘 등 고급 브랜드 아파트의 입주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급지 공급이 추가로 집중될 경우 매수세 쏠림 현상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김인만 소장은 “이런 상황에서 강남권에서는 대형 재건축 단지와 고급 브랜드 아파트의 분양·입주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상급지 쏠림 현상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규제 일변도의 정책만으로는 시장 정상화에 한계가 있다”며  “지역별 수요 구조를 고려한 공급 대책과 실수요 부담 완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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