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았다'는 사람 없는 통일교 의혹…국수본 수사 관건은?

경찰, 23명 전담팀 꾸려 수사 착수…'공소시효 임박' 우려
'번복'되는 윤영호 진술 …강제수사·압수수색 가능성 제기
법조계 "정치자금법 위반 대신 뇌물 수수 혐의 적용할수도"

입력 : 2025-12-14 오후 4:07:56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경찰은 김건희특검으로부터 이첩받은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특별전담수사팀을 꾸리는 등 즉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넘어야 시작부터 난관에 부닥쳤습니다. 통일교의 정치권 지원 의혹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특검에서 한 '여야 정치인 5명' 진술에서 비롯됐는데, 5명은 모두 의혹을 부인하는 데다 윤 전 본부장도 이제 와선 '그런 진술을 한 적 없다'며 입장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공소시효' 문제도 발목을 잡습니다. 윤 전 본부장이 특검에서 진술한 금품 제공 시점은 2018년부터 시작합니다. 의혹 당사자들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지만, 이럴 경우 공소시효는 7년입니다. 사실상 수사 기간이 매우 촉박합니다. 때문에 경찰은 윤 전 본부장을 따로 수사한 뒤 진술을 추가로 확인하고, 통일교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 등 강제 조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1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특별전담수사팀을 출범시켰다. (사진=뉴시스)
 
김건희특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 교단이 민주당 인사들에게도 금품을 제공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진술 시점이나 내용이 특검법상 특검의 수사 범위 밖이라고 판단해 직접 수사를 하지 않았고, 지난 9일 사건을 경찰로 넘겼습니다. 경찰은 10일 특별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 3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또는 뇌물 혐의로 입건했으며 출국금지 조치까지 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전 본부장도 정치자금 또는 뇌물 공여 혐의로 피의자 입건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경찰 특별전담수사팀은 내란특검에 파견됐던 박창환 중대범죄수사과장을 팀장을 해 23명 규모로 꾸려졌습니다. 수사팀은 지난 11일 윤 전 본부장을 접견해 특검 및 재판 과정에서 진술 내용, 물증 소재지 등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윤 전 본부장은 특별전담수사팀 조사를 받은 지 하루 만에 자신의 진술을 뒤집었습니다. 경찰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게 됐습니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12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저는 (장관과 의원들을) 만난 적도 없는데 금품을 제공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느냐"라며 "세간에 회자되는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5일 자신의 재판에서 "통일교는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민주당 측도 지원했다"라며 "이 내용을 특검에도 진술했다"고 말한 것과는 정면으로 충돌하는 진술입니다. 이번 의혹이 윤 전 본부장의 진술로부터 시작한 만큼, 경찰은 진술 진위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윤 전 본부장을 추가로 조사할 걸로 보입니다.  
 
또 윤 전 본부장의 진술에 언급된 5명은 현재 모두 금품 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현재 피의자로 입건된 전재수 전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도 '(통일교로부터) 받지 않았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금품을 지원했다'는 진술은 나왔는데, '금품을 받았다'는 사람은 없는 셈입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씨에게 고가 선물을 전달하고 통일교의 현안을 청탁한 의혹을 받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지난 7월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 수사의 관건 중 하나는 이 사건의 공소시효입니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에서 '2018~2019년 전재수 전 장관이 통일교 천정궁을 방문해 한학자 총재를 만나 인사했고, 금품을 받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윤 전 본부장의 진술처럼 2018년도 금품이 제공됐더라도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인한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는 7년입니다. 해당 혐의의 공소시효가 올해 말 만료되는 겁니다. 경찰로선 사실상 남은 시간이 보름 밖에 안 되는 셈입니다.
 
이러다 보니 법조계에서는 정치자금법 위반 대신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할 경우 공소시효를 최대 15년까지 늘릴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뇌물 수수 혐의로 의율(擬律, 법원이 구체적 사건에 법규를 적용하는 일)하려면 직무 관련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점이 입증되어야만 합니다. 특히 경찰이 천정궁 등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언제 진행할지도 관건입니다. 법조계는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이 특검과 재판에서 엇갈리면서 신뢰도가 낮아진 만큼 경찰이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해 물증을 확보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분석합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윤 전 본부장이 진술이 흔들리고 있다. 빠른 물증 확보가 중요하다"라며 "통일교 관계자 등 조사를 통해 기초사실을 확인하고, 이후에는 압수수색 등의 강제수사 수순으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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