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활용률 40%대…공급 확대 앞두고 관리 체계 시험대

인가 증권사 늘었지만 발행 한도 대비 실제 잔액은 낮은 수준
자기자본 200%까지 가능한 구조…시장 외형 추가 확대 여지

입력 : 2025-12-22 오후 4:33:00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증권사 발행어음 시장이 인가 확대와 함께 본격적인 공급 확대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발행 한도 대비 실제 활용 규모가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만큼 제도적으로는 추가 발행이 가능한 구조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발행 증가 속도에 걸맞은 관리 체계가 충분한지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기존 발행어음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006800)·NH투자증권(005940)·KB증권 등 4곳의 발행어음 잔액은 총 44조6018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이들 증권사의 별도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산출한 최대 발행 가능 한도(약 74조원)의 60% 수준입니다. 절반을 넘긴 수치이지만, 제도적으로는 여전히 상당한 발행 여력이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발행어음 인가를 새로 받은 키움증권(039490)·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까지 포함하면 시장 외형은 더욱 확대됩니다. 신규 사업자 3곳의 자기자본을 감안할 경우 발행어음 시장 전체 발행 가능 한도는 약 110조원 안팎으로 늘어납니다. 이 경우 전체 시장 기준 발행어음 활용률은 3분기 말 기준으로 40% 수준에 그칩니다.
 
발행어음은 별도 기준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발행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제도상 상한까지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는 만큼 인가 증권사 수가 늘어날수록 공급 확대 가능성도 구조적으로 열려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최근 발행어음 인가를 연이어 내주며 시장 진입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이 발행어음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증시 환경 변화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식 거래대금이 둔화되고 위탁매매 수익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은 보다 안정적인 자금 조달 수단과 운용 기반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직접 이자 지급 책임을 지는 구조로, 일정 수준의 자금 운용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 매력이 있는 상품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발행어음 시장이 커질수록 자금 운용과 관련한 관리 체계 점검 필요성도 함께 제기됩니다. 발행어음은 예금자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며, 은행 예금처럼 예대율이나 국제결제은행(BIS)비율과 같은 정형화된 관리 지표도 적용받지 않습니다. 발행 이후 조달 자금의 운용 방식은 상당 부분 증권사 자율에 맡겨져 있습니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기업대출, 회사채, 인수금융 등 기업금융 전반에 활용됩니다. 경기 둔화 국면에서 기업 신용 위험이 확대될 경우 발행어음 잔액 증가가 증권사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위험은 투자자에게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구조라는 점에서, 발행어음 운용 과정에서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발행어음은 약정 수익률 지급 구조로 인해 시장에서 사실상 예금에 준하는 상품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증권사 신용에 기반한 채무 상품으로,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는 은행 예금과는 제도적 성격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처럼 발행어음 시장을 둘러싸고 공급 확대 기대와 운용 부담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발행 규모 자체보다 늘어나는 자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느냐가 향후 발행어음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발행어음은 제도상 발행 여력이 충분해 인가를 받은 이상 사업을 키우지 않을 이유가 크지 않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늘어나는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투자처와 내부 관리 기준을 얼마나 정교하게 마련하느냐"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인가 확대가 곧바로 단기적인 과열이나 경쟁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해석도 나옵니다.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존 사업자들의 발행어음 속도를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경쟁 심화에 따른 물량 확보와 수익성 훼손 가능성을 점치기에는 이르다"고 판단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결국 발행어음 시장의 관건이 발행 속도 조절과 운용 관리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본시장 한 전문가는 "발행어음은 제도적으로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발행이 가능한 구조로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인가 확대 국면에서는 발행 규모 증가 속도와 함께 자금 운용 구조를 점검하는 관리 체계가 중요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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