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금융당국이 코스닥 부실기업을 신속히 정리하기 위해 상장폐지 요건을 전면 강화합니다. 시가총액 기준을 앞당겨 상향하고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를 퇴출 대상에 포함해 시장의 퇴출 기능을 대폭 끌어올립니다. 거래소 시뮬레이션 기준 올해 상장폐지 대상은 약 150개사, 많게는 220개사에 이를 전망입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부실 상장기업은 정리하는 것이 시장 건전성과 투자자 보호에 필요하다"며 "지금 이 시점에서 시장을 한 번 정비하고 가는 것이 오히려 먼 미래를 위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상장 유지 문턱을 높여 코스닥 시장 구조를 '다산소사(多産少死)'에서 '다산다사(多産多死)'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데 있습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코스닥 신규 상장사는 1353개사에 달했지만 퇴출 기업은 415개사에 그쳤습니다. 매년 70개 안팎이 새로 진입하는 동안 상장폐지는 연간 20개 내외에 머물렀고, 2023년에는 8건에 불과했습니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8.6배 증가했지만 지수 상승률은 1.6배에 그쳤습니다. 상장폐지 절차 효율화는 4월1일부터, 4대 요건 강화는 7월1일부터 적용됩니다.
가장 큰 변화는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 신설입니다. 7월1일부터 30거래일 연속 주가가 1000원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을 연속으로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갑니다. 액면병합을 통해 형식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식은 인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병합 이후에도 액면가에 미달하면 상장 유지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시가총액 기준도 조기 상향됩니다.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은 7월 200억원, 내년 1월 300억원으로 단계 강화됩니다. 당초 2027년과 2028년으로 예정됐던 기준을 반기 단위로 조기 적용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30거래일 연속 시가총액 기준에 미달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중 연속 10거래일 또는 누적 30거래일 기준을 회복하면 상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즉시 상장폐지됩니다. 단기 주가 부양으로 요건을 넘기는 방식은 사실상 차단됩니다.
재무건전성과 공시 책임에 대한 기준도 함께 조정됩니다. 사업연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 기업만 즉시 상장폐지 대상이던 구조에서,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도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됩니다. 공시 위반 상장폐지 기준은 최근 1년간 공시 벌점 15점에서 10점으로 낮아지고, 중대·고의 위반은 1회만으로도 심사 대상이 됩니다. 코스닥 실질심사 시 기업에 부여되는 최대 개선 기간도 기존 1년6개월에서 1년으로 단축됩니다.
집행력 확보를 위해 거래소는 이날부터 내년 7월까지 '상장폐지 집중관리 기간'을 운영합니다. 코스닥본부 담당 부이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집중관리단을 구성하고 기존 3개 상장폐지 심사팀에 1개 팀을 추가해 총 4개 팀(약 20명) 체제로 확대합니다. 올해 거래소 경영평가에서는 코스닥본부의 집중관리 기간 실적에 약 20%의 가중치를 부여해 실질적인 퇴출 성과를 독려할 방침입니다.
상장폐지 가처분 소송이 퇴출을 지연시키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법원과 협의도 추진됩니다. 최근 5년간 상장폐지 가처분 소송 85건 중 인용 사례는 2건에 그쳤지만 평균 처리 기간은 2022년 103일에서 2024년 202일로 늘어났습니다.
퇴출 기업의 거래 공백을 줄이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습니다. 상장폐지 기업은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시장 K-OTC에서 6개월간 거래할 수 있으며, 개선 성과에 따라 정식 종목으로 편입될 수 있습니다. 상장폐지기업부는 올해 1월 K-OTC에 신설됐습니다.
권 부위원장은 "코스닥에서 상장폐지 되더라도 다시 시장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다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분식회계, 주가조작 등 불공정 행위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을 한 번 정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성장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실기업의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과 관련 브리핑을 했다. (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