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집권 2년 차 첫 정상외교가 중국 국빈 방문으로 막을 올렸습니다. 9년 만의 국빈 방문인 만큼 '성과'에 초점이 맞춰지는데요. 다만 9년째 이어져온 한한령(한류 제한 조치)과 최근 대한민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추진 문제는 여전한 난제입니다. 게다가 반미 성향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사태까지 겹치면서 한·중 정상회담이 고차방정식으로 흘러가는 모양새입니다.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4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제 협력' 기대…한한령 완전 해제 '글쎄'
이 대통령은 4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건 2019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 이후 6년여 만이자, 9년 만의 국빈 방문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회담을 가진 바 있는데요. 시 주석의 초청에 따라 약 2개월 만에 국빈 자격으로 새해 첫 회담을 가질 예정입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은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한 안보 현안과 경제협력 등의 문제를 다루게 됩니다. 특히 이번 방중에 4대 그룹 총수는 물론 200여명의 경제사절단이 함께하면서 경제협력 규모에 초점이 맞춰지는데요. 예정된 양해각서(MOU)만 10건에 달합니다.
관건은 한한령의 해제입니다. 한한령은 지난 2016년 주한 미군의 사드(THAAD) 배치 이후 시작됐는데, 이에 따른 경제적 타격은 불가피했습니다. 때문에 한·중 관계 개선에 따른 한한령 해제가 기대되지만 중국 측의 공식 입장이 '한한령은 없다'라는 점이기 때문에 명확한 결과물 도출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이와 관련해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일 "서로 문화 교류에 대한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수용할 수 있는 문화 공감대를 늘려서 문제에 접근해 나가고자 한다"며 접근법을 제시했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도 한·중 사이에 오래된 난제입니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문제에 대해 중국에 '건설적 역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인 핵추진잠수함 도입이 한·중 사이 관계 개선에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을 지역 안보 측면에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추진잠수함 대비'라고 대응하며 설득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이와 관련해 한·중 정상회담에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여기에 북한이 이날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한 북·중 사이의 존재감을 나타낸 상황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마두로 축출' 일파만파…미·중 사이 '샌드위치' 신세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산업 분야를 비롯한 기후환경, 교통 등의 영역에서 MOU가 체결되는 것과 달리 양국 정상의 별도 공동 문건 등 공식 문건 채택은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실용외교 기조에 따라 '가능한 분야'의 경제협력에는 속도가 붙지만 외교 문제는 여전히 풀어내기 어렵다는 겁니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과 대만 양안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군은 지난달 29~30일 실사격을 포함한 대만 포위 훈련을 진행했고 시 주석은 신년사에서 "양안 동포는 물보다 진한 피를 나눈 사이고, 조국 통일의 역사적 대세는 막을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에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국가 주권을 확고히 수호"하겠다며 국방력 강화를 예고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하나의 중국'에 대한 압박을 요구할 전망입니다. 특히 최근 중국과 일본이 대만 문제를 놓고 갈등하면서 중국 측의 '선택 강요'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중국 중앙TV(CC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가장 큰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대만 문제에 있어서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1992년 한·중 수교 당시의 원칙적 입장을 밝힌 셈입니다. 이 대통령은 동시에 "과거에는 '안미경중' 즉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논리가 있었지만, 이와 관련해 대한민국의 전략적 자율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돌파구를 모색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터진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사건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중 관계의 골은 미·중 관계에서 촉발되는 측면이 강한데요. '반미' 세력의 축출이 북한은 물론 중국에도 여파가 큽니다. 표면적으로 중국과 밀착한 마두로 정권의 붕괴는 미·중 갈등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칫 이 대통령이 마두로 축출 하루 만에 미·중 사이의 샌드위치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주요 외신들은 미국의 이번 행보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강력한 경고'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포함하는 역내 안보 이슈에 있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기도 합니다.
베이징=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