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030200)가 지난해 번호이동 시장에서 확보했던 순증 고객을 단기간에 대거 반납할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불법 소형기지국(펨토셀) 해킹으로 촉발된 보안 사태 이후 전 고객 대상 위약금 면제가 시행되면서 가입자 이탈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영향입니다. 이에 따른 실적·재무 부담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7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해 번호이동 시장에서 KT는 경쟁사 이탈 고객을 흡수하며 순증을 기록했습니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017670) 가입자가 73만명 순감한 반면 KT는 24만명 순증했습니다. 고가 요금제를 이용하는 가입자 유입이 늘면서 지난해 3분기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3만5295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1% 높아졌습니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은 지난해 9월 펨토셀 해킹 사실이 확인되면서 급격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후 정부 조사에서 전체 고객의 문자·음성 탈취 위험이 존재하고, 탈취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서버 폐기 등으로 조사가 원활하지 못했던 점 역시 사업자의 귀책 사유로 판단되면서, 전 고객 대상 위약금 면제가 결정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쌓아 올린 순증을 빠르게 반납하는 국면으로 전환됐습니다.
실제 위약금 면제가 본격화된 이후 KT의 일일 이탈 규모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6일 기준 KT 이탈 수치는 2만8444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12월31일 위약금 면제가 시작된 이후 총 KT 이탈 가입자는 10만7499건입니다. 지난해 7월5일부터 14일까지 SK텔레콤 위약금 면제 기간 이탈한 7만9171건을 더 짧은 시간에 웃돌았습니다. 공통지원금을 늘리고 대리점·판매점을 중심으로 추가 지원에 나섰으며, 온라인 요금제 혜택을 늘리는 등 온·오프라인으로 대응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무너진 고객 신뢰 회복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단기간 누적 이탈 규모 역시 빠르게 불어나며, 지난해 순증분의 상당 부분을 상쇄하는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시장 구조 측면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이탈 고객의 이동 방향입니다. 위약금 면제 이후 KT를 떠난 고객 가운데 상당수가 SK텔레콤을 선택하며, 경쟁 구도가 다시 SK텔레콤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6일까지 누적 기준 KT 해지 고객 73.2%가 SK텔레콤을 선택했습니다. 알뜰폰을 포함하더라도 SK텔레콤 쏠림 현상은 뚜렷합니다. 알뜰폰으로 이동한 고객까지 포함하면 64%가 SK텔레콤으로 이동했습니다. 단순한 보조금 경쟁을 넘어 신뢰 회복 경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는 이유입니다.
가입자 이탈은 실적과 재무 지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KT는 지난해 3분기 5G 가입자 증가에 힘입어 무선 서비스 매출이 전년 대비 4.7% 증가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해왔습니다. 다만 이는 대규모 해지 이전 실적에 기반한 수치로, 위약금 면제와 번호이동 급증이 본격 반영되는 올해부터는 변곡점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해지율 상승 가능성도 부담 요인입니다. 그동안 분기 기준 1.0~1.1% 수준의 비교적 안정적인 해지율을 유지해왔지만, 단기간 대규모 이탈이 이어질 경우 상승 압박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SK텔레콤은 1% 미만 해지율을 수년간 이어오다 지난해 2분기 해지율이 1.6%로 뛰었고, 3분기에도 1.2%로 기존 해지율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비용 측면에서도 선택의 폭은 넓지 않습니다. 이탈 방어를 위해 추가적인 마케팅 비용을 투입할 경우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고, 반대로 비용 집행을 최소화할 경우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는 딜레마에 놓이게 된 까닭입니다. 재무구조 역시 단기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KT는 전년 대비 차입금과 순차입금이 증가한 흐름 속에서 최근 분기에는 일부 차입금을 줄이며 재무 지표를 조정했지만, 위약금 환급과 마케팅비 확대가 겹칠 경우 단기 재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통신업계에서는 지난해 번호이동 시장에서 어렵게 쌓은 순증 성과가 단기간에 반감될 경우, 올해 경영 전략 전반의 재조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