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소비자단체 조사에서 이동통신 소비자 다수가 실제 데이터 사용량보다 과도한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최근 가입자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KT(030200)의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대용량 데이터와 부가 혜택 중심으로 설계된 보상안이 실제 소비자 이용 행태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8일 전국 성인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동통신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무제한 요금제 이용자의 54.5%가 월 100GB 미만의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응답자의 실제 데이터 사용량 중앙값은 28GB에 불과했으며, 평균 사용량도 100GB를 밑돌았습니다. 소비자연맹은 "고가·대용량 요금제에 혜택이 집중된 구조가 합리적 선택을 제한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자료=한국소비자연맹)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최근 KT가 내놓은 고객 보상안과 맞물리며 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KT는 위약금 면제 이후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월 100GB 추가 데이터 제공(6개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권, 로밍 데이터 확대, 멤버십 혜택, 보험 제공 등을 포함한 '고객 보답 프로그램'을 내놨습니다. 해당 보상안은 위약금 면제 신청 마감일인 1월13일 기준 KT 무선을 이용 중인 고객을 대상으로, 2월부터 순차 적용될 예정입니다.
KT는 저가 요금제 가입자에게도 공시지원금을 확대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보상안의 핵심은 여전히 대용량 데이터와 부가 혜택에 맞춰져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소비자연맹 조사에서 요금제 선택 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가격'을 꼽은 응답이 57%에 달했고, 현재 요금제가 서비스 대비 비싸다고 인식한 응답도 절반에 가까웠습니다. 그럼에도 보상안에는 요금 인하나 요금제 구조 조정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KT가 지난해 12월30일 발표한 고객 보상안 일부. (사진=뉴스토마토)
위약금 면제 조치 이후 KT 가입자 이탈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위약금 면제 시행 이후 지난 7일까지 KT를 떠난 가입자는 누적 13만599명을 기록했습니다. 하루 이탈 규모도 2만명대로 굳어지며 뚜렷한 감소 흐름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보상안이 아직 시행 전인 만큼, 시장에서는 "보상 효과를 논하기엔 이르지만, 설계 방향이 소비자 체감과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소비자 체감과의 괴리는 보상안 설계 과정에서 이용 행태를 충분히 반영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집니다. 실제 다른 통신사의 사례에서는 보상 효과를 사전에 점검한 조사 결과도 공개된 바 있습니다.
SK텔레콤(017670)이 지난해 사이버 침해 사고 이후 공개한 자체 설문 조사에서는 요금 할인에 대한 체감 만족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SK텔레콤은 한 달 요금 50% 할인과 중간 수준의 데이터 추가 제공이 고객 체감에 효과적이었다는 결과를 지난 7일 공개한 바 있습니다.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고객 4978명을 대상으로 사이버 침해 사고 이후 시행된 고객 보상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체감 효과가 컸던 보상안을 묻는 설문에서 8월 한 달 50% 요금 할인(3419명 선택, 68.7%)이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였습니다.
업계에서는 "대용량 데이터나 콘텐츠 제공보다 요금 부담 자체를 낮추는 방식이 소비자 체감에는 더 중요하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며 "KT 보상안 역시 실제 이용 행태를 반영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